[SW인터뷰]800㎞의 노고…박민우 “7㎏ 빠져도 배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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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올라갈 때는 설렘을, 내려올 때는 보람을 먹었잖아요.”

박민우(27·NC)는 매주 월요일 새벽마다 서울행 KTX 열차를 타기 위해 마산역을 찾는다. 서울까지 왕복 약 800㎞ 거리에 이동시간만 9시간이다. 이른 아침 마산을 떠나 서울에서 후배들을 만난 뒤 다시 마산에 복귀하면 늦은 밤. 주6일 근무자로서 유일한 휴무일을 반납하면서 체력도, 체중도 확 줄었다.

박민우가 매주 월요일마다 서울로 향하는 이유는 봉사활동 때문이다. 박민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소속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됐다. 2018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4주일 동안 기초 군사훈련을 마쳤고 구단 연고지에 위치한 마산용마고등학교 야구부를 찾아 재능 기부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용마고의 전지훈련까지 동행해 후배들과 숙식을 같이 하면서 경험담을 공유했다.

그간 비시즌에만 봉사활동을 진행했다면 올해부터는 폭을 넓혔다. 박민우는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체력을 아껴야 한다’는 이동욱 NC 감독과 구단의 만류에 봉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중고등학교 야구부로부터 도움 요청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죄송합니다”라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꼭 돕고 싶다’는 의지가 더 컸다. 박민우의 재능 기부를 원하는 학교도 더 많아졌다. 연고 지역인 마산과 창원, 근처인 경남 지역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서 박민우는 구단을 설득했다. 자가용을 운전하는 KTX 열차를 이용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후배들을 돕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주전 2루수의 체력을 지키려던 이 감독과 구단도 박민우의 진심어린 요청에 손을 들었다. 박민우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데 ‘체력 보존을 위해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빠지고 싶지 않았다”며 “봉사활동으로 만난 후배들 중 몇 명이 프로에 와서, 우리 팀에 입단해서 그때 얘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야구선수라는 꿈을 키우는 후배들이라면 더 외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산에서 서울, 다시 마산으로 이어지는 강행군. 땡볕에서 몇 시간씩 진행하는 일에 체중은 확 줄었다. 혹독한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보다 체중이 7㎏이나 빠졌다. 그래도 박민우는 “행복함의 무게는 쪘다”고 말했다. 박민우는 “월요일마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는 설레는 마음, 다시 창원으로 돌아올 때는 보람으로 가득 찬다”며 “살이 많이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정신에는 살이 붙었지 않나. 그것만으로도 내가 얻는 양식이 더 크다”고 말했다.

각고의 노력은 최다로 이어졌다. 병역 혜택을 같이 얻은 동료 중 현재까지 가장 많은 봉사활동 시간을 이수했다. 최대 34개월 기간 동안 544시간인데 특혜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544시간을 모두 완료할 전망이다. 그래도 끝이 아니다. 박민우는 “특혜를 통해 부여된 시간을 다 채운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매년 비시즌, 그리고 정규시즌에 시간이 날 때마다 나를 원하는 학교가 있다면 찾아갈 것”이라며 “내가 야구선수로 살아가는 그 날까지, 은퇴를 하고도 야구인으로 남는 때까지 후배들에게 모든 것을 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우는 지금도 월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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