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바람의 손자'는 왜 올 시즌 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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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22)의 별명 중 하나는 '바람의 손자'이다. '바람의 아들'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종범의 아들이다.

1993년 해태에서 데뷔한 이종범은 2011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숱한 발자취를 남겼다.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도루. 통산 510도루(1706경기)를 기록했다. KBO 리그 역대 500도루는 전준호(549개·2019경기)와 이종범, 이대형(505개·1603경기)만 달성한 금자탑이다. 이종범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도루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도루왕 4회, 1994년 기록한 84도루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단일시즌 최고기록이다. 그러나 '바람의 손자'는 아버지와 비교했을 때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

이정후는 올 시즌 첫 31경기에서 도루 시도를 2번밖에 하지 않았다. 결과는 모두 성공이었지만 횟수 자체가 아주 적다. 2번도 언더핸드(SK 박종훈)와 사이드암(롯데 서준원)으로 도루 타이밍을 뺏기 쉬운 유형을 상대로만 뛰었다. 오른손 정통파나 왼손 투수가 마운드에 있으면 시도하지 않았다. 출루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출루율이 0.432로 리그 최상위 수준이다. 자주 1루를 밟지만 뛰지 않는 셈이다. 그는 "3번 타순에 들어가면서 박병호 선배 앞이라 자제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가 타석에 있는데 도루하다 아웃되면 팀의 손해"라고 몸을 낮췄다.

손혁 키움 감독은 이번 시즌 상위 타선은 고정으로 운영 중이다. 서건창-김하성-이정후-박병호로 이어지는 1~4번 타순은 거의 바꾸지 않는다. 3번 이정후와 4번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이정후가 출루할 경우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잦다. 이정후는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집중력과 (도루하다 실패해) 갑자기 사라졌을 때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박병호는 통산 292홈런을 기록 중인 거포다. 올해 극심한 타격 부침을 겪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때려줄 수 있는 4번 타자다. 도루 시도로 모험을 거는 것보다 타자에게 맡기는 쪽을 선택했다.

이정후의 도루 자제는 데뷔 때부터 유지 중이다. 주루 센스와 빠른 발을 갖췄지만, 많이 뛰지 않는다. 데뷔 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성공시켰지만, 개수가 평균 12개로 많지 않다. 그리고 이 기조가 올 시즌에 더 뚜렷해진 셈이다. 대신 타석에 더 집중하고 있다.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부분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장타율이다. 매년 4할대를 유지하던 장타율이 올 시즌 6할대로 급등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이 6개(2018·2019)인데 올해 31경기 만에 5개를 때려냈다. 이정후는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니까 빠른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지난해 82~83㎏이었던 체중을 85㎏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홈런을 치려고 몸무게를 늘린 건 아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근육도 커지는 것 같고 강한 타구도 나온다. 올해 계획했던 강한 타구를 늘리자는 게 잘 시행되고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관심 있게 체크하는 것 중 하나는 타구 스피드다. 전력분석 파트 쪽에 매 경기가 끝난 뒤 확인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게 라인드라이브 타구 스피드다. 지난해 시속 145~155㎞ 정도였는데 올해 10㎞/h 정도가 늘었다. 잘 돼가고 있다"며 "발사각이 높으면 뜬공 아웃으로 물러나지만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빠르게 날아가면 홈런이 된다. 발사각보다는 라인드라이브로 강하게 칠 생각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격이 안 좋을 때는 타격폼도 전력분석에 물어본다. 오른쪽 어깨가 빨리 돌아가는지 등을 영상으로 다 가지고 있으니까 분석실을 자주 찾아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7년 KBO 리그에 데뷔한 이정후는 그해 신인상을 차지했다. 통산(4년) 타율이 0.340일 정도로 매년 3할 타율을 가볍게 넘긴다. 최근 2년 연속 외야수 부분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수비도 물샐 틈이 없다. 다만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에 맞는 도루 수치는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보다 업그레이드된 타격 능력으로 리그를 휘어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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