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없고 장비도 간단...운동 담 쌓았던 여학생들 푹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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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두 잇] [3] 넷볼 플래그풋볼
진입 장벽 낮춘 새로운 종목
농구와 비슷한 넷볼, 90cm 떨어져 수비
다칠 염려 적어 부담 없이 즐겨
미식축구의 한 종류 플래그풋볼도
거친 태클 대신 허리춤 깃발 뽑는 방식

여성 청소년들은 다치는 게 겁나서 아예 운동해볼 생각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운동에 쉽게 발들일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춘, 낯설지만 새로운 스포츠가 있다. 대표적 종목이 넷볼(net ball)과 플래그풋볼(flag football)이다.

◇몸싸움 없는 넷볼



지난 2월 서울 당산중 체육관에서 이 학교 넷볼 동아리 여학생 15명이 함께 모여 연습을 하고 있었다. 30분간 코트를 누비고 나니 학생들 이마에 땀이 맺혔다. 겨울방학에도 이들은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운동한다. 3학년 한서현양은 “학교 체육수업 때는 다칠까봐 몰래 쉬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넷볼은 여자 친구들끼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요”라고 했다.

넷볼은 7명이 한 팀을 이뤄 상대 팀 골대에 공을 넣는 스포츠다. 림을 향해 슛을 던져 득점하는 방식은 농구(팀당 5명)와 같지만, 몸싸움이 없는데다 공도 더 작고 가볍다. 수비수가 공 잡은 선수로부터 9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반칙이다. 드리블을 할 수 없다.

패스로만 상대 골대에 접근할 수 있다. 공을 받으면 3초 안에 패스해야 한다. 포지션별로 이동 구역이 제한된다. 팀 플레이 없이는 득점이 불가능해 스타 한 명이 승패를 좌우하기 힘들다.



3학년 윤서희양은 “운동에 소질이 없거나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패스로 득점을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넷볼을 하면 팀 스포츠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넷볼은 1998년 국내에 도입됐다. 의사 김수홍씨가 뉴질랜드에서 유학하던 딸 체육수업 참관 때 넷볼을 처음 보고는 국내 보급에 나섰고 2001년 한국넷볼협회를 세웠다. 전국 초·중·고교 50여개 팀이 활동 중이다.

3년 전부터 당산중학교 동아리를 지도해온 체육교사 이민표(57)씨는 2000년 교사 연수로 넷볼을 접한 뒤 영남중, 여의도중, 영원중에도 동아리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방과후 취미로 넷볼을 즐긴다. 그는 “운동과 담을 쌓았던 여학생들이 넷볼을 배운 뒤론 ‘뛸 때가 가장 즐겁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태클 없어도 짜릿, 플래그풋볼



미국 인기 스포츠인 미식축구 선수는 머리, 어깨, 가슴, 팔꿈치, 허벅지, 무릎까지 온몸에 보호 장비를 착용한다. 반면 미식축구의 한 종류인 플래그풋볼은 허리 벨트에 깃발만 꽂으면 준비 끝이다. 거친 태클로 수비하는 대신, 수비수가 공격수 허리춤에 꽂힌 깃발을 뽑는 방식으로 공격을 저지한다. 그래서 부상 위험이 적다.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플래그풋볼은 미식축구(11명)보다 소규모로 즐길 수 있고 규칙도 간단하다. 지난 2월 이화외고 체육관에서 만난 이 학교 플래그풋볼 동아리 소속 3학년 윤경희양은 “과격한 미식축구는 우람한 남자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지만, 플래그풋볼은 쉽게 도전할 수 있었다”며 “특히 블리츠(수비수가 쿼터백의 패스를 막기 위해 돌진)를 이겨낼 때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 못한다”고 말했다.



이화외고 동아리는 3년 전 체육교사 강보성(40)씨가 만들었다. 서울대 미식축구부 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는 여학생들에게 미식축구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려고 플래그풋볼을 소개했다. 현재 학생 15명이 방과후 수업으로 배운다. 인근 이화여고에서도 플래그풋볼을 가르쳐온 그는 “여학생들이 플래그풋볼 경기를 보면서 미식축구는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깨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전국 학교가 휴교하기 전인 2020년 2월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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