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래된 연인에서 ‘부부’로 박경상♥황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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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누나, 동생’ 하던 사이가 이제는 ‘부부’가 됐다. 바로 올 시즌 창원 LG로 이적한 박경상과 수원 현대건설에서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그리고 있는 배구스타 황연주. 꽃사슴’인 그녀와 ‘평생 계약’에 성공한 박경상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더해졌다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고 그런 박경상의 버팀목이 되어줄 황연주도 남편의 기운을 받아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하겠다며 웃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
박경상과 황연주는 5월 16일, 4년여의 연애 끝에 마침내 평생짝꿍이 됐다. 함께 해온 긴 시간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매력을 알려주었고, 부부의 연까지 맺어주었다. 박경상의 여자, 황연주의 남자가 되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더 빛날 준비가 됐다. LG로 이적한 박경상은 책임감을 가지고 더 높이 비상하겠다는 각오며, ‘레전드’로 불리는 황연주는 아쉬웠던 지난 시즌을 삼키고, 선수생활 마무리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Q. 결혼 축하드립니다! 결혼 준비로 정신없으셨을 것 같은데, 축하인사는 많이 받으셨나요
연주 축하 전화가 많이 오긴 했는데, 결혼 소식을 기사로 봐서 서운하다고 많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나 결혼해’라고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정신도 없었어요(웃음).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을 미룰까도 생각해서 청첩장이 늦게 나왔거든요. 다들 결혼소식을 기사로 알아야겠냐고 그러더라고요.

경상 전 생각보다 전화가 안 오던데요(웃음)? 이미 많이 알려져 가지고.

연주 배구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데, 농구는 다른 선수들과 결혼 날짜가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날짜를 피해서 잡다보니 많이들 알고 있는 것 같아요.

Q. 오래 연애를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두 분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경상 제가 KCC에 있을 때 마북리 숙소 바로 옆이 현대건설 체육관이었어요. 트레이너 선생님께 소개를 받아서 만나게 됐는데, 바로 사귀진 않았어요. 기간 이 있었죠. 누나, 동생으로 지내다가 한 2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 2년 동안 서로에게 잘 한 것도 아니었어요. 전 그 사이 여자친구도 있었고요. 그러다 결국 만나게 됐어요.

연주 여기에 같이 있으니까 체육관에서 만났다고 하는 이야기도 스트레스였어요. 사실 가까이에 있다고 해서 자주 만나진 않거든요. 운동할 때 나오는 장소고,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지, 만남의 장소는 아니었어요. 처음 만난 것도 경기장에서 만났긴 했지만, 제가 경기를 보러가서 만났어요.

경상 아무래도 여긴 보는 눈들이 많잖아요.



Q. 서로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다섯 글자로 말해볼까요?
연주 키나 체격이 좋았던 게 아니라 농구선수 같지 않았어요. 일반인 같았죠(웃음). 귀.여.웠.어.요.

경상 다섯 글잔데 몇 글자를 얘기하는 거야(웃음). 저는 대학생 때 경기를 하는 모습을 봤는데, 워낙 유망한 선수였으니까요. ‘꽃.사.슴.인.가’했죠. 서로 성격이 정반대라고 들었어요.

Q. 각자의 성격은 어떤가요?
경상 먹는 거나 생활적인 부분이 좀 달라요. 어쩌면 여자, 남자 차이일 수도 있고요. 전 케이크는 안 좋아하는데, 연주는 좋아해요. 전 한식 좋아하거든요.

연주 저도 다 좋아하긴 하는데, 선호도 차이죠. 케이크도 좋아하는(웃음). 저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부분이 있는데, 경상이는 반대에요. 전 창피해서 가족들앞에서 노래를 못 부르겠던데, 경상이는 잘 부르더라고요.

Q. 두 분 오랜 시간 만난 걸로 아는데, 평소 데이트는 어떻게 하시나요?
연주 TV에 맛집이 나오면 ‘저기 가보자’라는 이야길 해요. 그런데 맛집은 웨이팅이 기니까. 기다리고 하는 걸 힘들어 할 때도 있어요. 근데 남자들은 그런 게 있어요. 맛집에 한 번 꽂히면 거기만 가는 거예요. 예를 들면 용인에서 쌀국수를 먹었는데, 거기가 맛있으면 다른 곳은 안가고 거길 가요. 다른 곳에 맛있는 쌀국수 집이 있다고 하면 용인에 있는 쌀국수가 제일 맛있다며 안 가려고 해요. 근데 막상 먹어보면 또 다른 곳도 맛있어요.

경상 제가 싫어하는 음식일 때 그러기도 하는데, 또 막상 같이 먹어보면 맛있고 그래요(웃음). 남자분들은 어떤 느낌이신 지 아시죠

Q. 연애 기간이 길었던 만큼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연주 전 경상이가 군대 가 있을 때가 가장 많이 기억이 나요. 친동생을 군대 보내고 나서, 이제 군대 보낼 일은 자식밖에 없겠구나 했는데, 경상이를 기다리게 된 거죠. 군대에서 편지를 안 받으면 서운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편지를 몇번 쓰긴 했어요.

경상 군대에서 편지 못 받으면 어떤 느낌인지 모르시죠? 하하.

Q. 궁금한 게 2년이란 시간동안 누나, 동생 사이로 지냈다고 했는데, 언제 갑자기 이성으로 느껴지기 시작하셨어요?
연주 알고 지내는 동생으로 지내다가 쉬는 날이 맞으면 밥이나 먹자 하는 정도 였어요. 자주 연락하던 건 아니었죠. 그런데 자주 만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다 휴가 때 더 자주 만나게 됐고.

경상 자주 만나다 보니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된 것 같아요.

Q. ‘이 순간은 서운했다’ 하는 순간도 있나요?
연주 사소한 부분인 것 같아요. 정말 서운했다 그런 건 아닌데, 성격이 다르다 보니 서운한 게 있어요. 나는 이걸 해줬으면 하는데, 경상이가 귀찮아서 안 해줄 때가 있어요. 만나서 밥 먹고, 영화보고, 차 마시고 하면서 외출 나갔을 때 하고 싶었던 걸 하는데, 경상이는 쉬는 날 쉬어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늦잠도 자고.

Q. 두 선수 모두 운동선수다 보니 데이트나 여러 부분에 있어 제약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연주 못 만나는 게 많았죠. 그런데 그건 해결 방법이 없어요. 겨울에는 서로 경기가 있다 보니 만나기 힘들고, 만나도 30~40분? 산책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리고 경상이가 카페에 오래 앉아있는 스타일도 아니거든요.

경상 편한 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연주 이번 휴가 때도 정신이 없어서 영화 한 편도 못 본 것 같아요.

Q. 두 분 다른 점이 많은데요(웃음). 언제 ‘이 사람과 결혼 해야겠다’는 확신이 섰나요?
연주 일단 저보다 어리니까 ‘남자답다’, ‘믿음직스럽다’ 이런 부분보다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좀 더 알려줘야 될 게 많다고 생각했죠. 귀여운모습을 많이 봤는데, 또 그 안에 남자다운 모습이 있더라고요.

경상 지난해 휴가 때 연주가 운동적인 부분에서 많이 힘들어했어요.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러다 ‘그냥 내게 시집오라’라고 했죠.

연주 먹여 살려 준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운동선수다 보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전 은퇴시기가 다가왔으니까요. 힘들다기보다는 ‘이제 조금씩 내려놓을 때가 됐다’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다 결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Q. 서로의 장단점도 꿰고 있겠는데요(웃음)
경상 배려를 정말 많이 해줘요. 친구들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뭐라 하지 않고 배려도 해주고, 운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할애도 많이 해줘요. 반면 연주는 걱정이 정말 많아요. 걱정을 안 하면 스트레스 받는 일도 적은데, 이 행동을 했을 때 최악의 경우까지 다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연주 경상이는 걱정을 많이 안하는 스타일이에요. 긍정적이죠. 그래서 ‘다음에 하면 되지’이런 마인드에요. 너무 여유롭다는 게 단점이 될 때도 있고요. 저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경상이는 그런 게 없어요. 정말 여유롭죠.

Q. 운동선수로서 서로를 평가하면 어떤가요?
연주 사실 서로 운동 이야기는 잘 안 해요. 서로를 존중해주려고 해요. 경상이는 어렸을 때 정말 농구를 잘했다고 들었어요. 그럼 게을러 질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없죠. 정말 열심히 해요.

경상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황연주는 정말 대단한 선수죠. 몸 관리를 정말 잘 하는 선수에요. 저는 몸 관리를 잘 할 줄 몰랐는데, 연주는 정말 잘 해요. 휴가 기간에도 계속 하고요.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할 정도로요. 매일 한두 시간씩은 운동을 하는 것 같은데, 대단하죠 정말.



Q. 그럼 서로 종목을 바꿔서 했다면 어땠을까요?
경상 저는 평균 정도는 했을 것 같은데요. 랠리(공을 주고받는 것)가 되잖아요(웃음).

연주 이 정도면 리베로(수비 전문 선수)밖에 못해요. 배구 선수는 키가 있어야 하니까.

경상 연주가 농구선수를요웃음). 농구를 하는 걸 봤는데, 그렇게 잘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하하. 배구를 했으니 레전드지, 농구를 했다면 키가 있으니 평균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Q. 황연주 선수는 은퇴를 바라보고 있고, 박경상 선수는 이제 새로운 곳에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어요. ‘품절남, 품절녀’가 되면서 인생에 있어 중요한 시기를 맞았어요.
경상 LG로 이적하게 됐는데, 조성원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농구랑 제 농구 스타일이 비슷해서 기대돼요. 공격적인 농구를 하시잖아요. 저도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어 이적을 하게 됐는데,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해보고 싶어요. 달라졌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고요. 저도 이제 가장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들고요.

연주 얼마나 선수 생활을 더 할지 결정하진 못했어요. 한 2년 전부터는 은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계속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긴 해요. 신중하게 좀 더 생각해보려고요. 그래도 미래를 책임져줄 사람이 있어서 든든한 것 같아요(웃음).

Q. 황연주의 남편 박경상, 박경상의 아내 황연주가 되는데, 서로에게 한마디씩 하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요?
경상 이제 행복하게, 싸우지 말고 잘 살자! 연주야(웃음).

연주 지금처럼 친구같이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경상이는 저보다 선수생활을 할 날이 더 많이 남았잖아요. 잘 했으면 좋겠어요. 



그 여자, 황연주 이야기
지금 돌이켜보면 지난해 제가 은퇴를 고민할 때 경상이가 정말 많은 힘이 됐어요. 그런 상황에서 ‘시집와라, 먹여 살려줄테니’라는 말은 너무나 믿음직스러웠죠. 언제 어디서든 내 편이 되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운동을 하다 보니 긍정적인 말을 해주다 보면 힘이 되거든요. 저도 덕분에 다음 시즌을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남은 선수 생활 동안 경기를 많이 뛰든 적게 뛰든 출전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코트에 한 번이라도 들어가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은퇴하기 전까지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남고 싶거든요. 코트에서 꼭 건재한 모습 팬들에게 보여드릴게요.

그 남자, 박경상 이야기
사실 연주가 군대에서 절 기다려줬을 때부터 결혼할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힘들어 하길래 ‘먹여 살려줄테니, 나한테 와’라고 했죠. 결혼하고 하고 싶은 걸 다했으면 좋겠어요. 참, 연주가 요리를 정말 잘해요. 양식, 한식 등 다 잘해요. 백점짜리 신부죠. 사실 제가 어
렸을 때부터 귀차니즘이 심했는데, 그래도 연주를 만나면서 조금 부지런해지긴 했어요(웃음). 좀 더 잘해주려고 노력해보려고요. 결혼준비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큰 내색하지 않아서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 제가 앞으로 더 잘하려고요.

프로필_
박경상 1990년 5월 20일생, 178cm/73kg, G, 마산고-연세대, 2012-2013 전주 KCC 데뷔(1라운드 4순위), 2020년 5월 울산 현대모비스→창원 LG 이적

황연주 1986년 8월 13일생, 177cm/64kg, 라이트, 한일전산여고-경기대, 2005년 흥국생명 입단, 2010년 현대건설 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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