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게 커진 '스윙' 논란, 문제를 만들면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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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스윙 논란에 대한 이상 과열 현상.
지난 이틀간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은 경기 내용과 상관 없이 가장 '핫이슈'를 원치 않게 몰고다닌 선수다. 화제의 장면이 된 26일 잠실 SK전에서 투수 박종훈을 상대한 오재원의 첫 타석. 타격 준비 자세를 취하던 오재원은 박종훈이 초구를 던지자 갑자기 준비 자세를 풀고 서서 살짝 방망이를 휘두르는듯 하다 다시 내려놓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타격 의사가 없어보였다.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고 심판은 볼을 선언했다. 그리고 2구째부터 오재원은 다시 정상적으로 타격 자세를 취했고, 이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윙인듯 스윙아닌 스윙처럼 보인' 장면 하나로 이틀동안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 기름에 불을 붙인 것은 이튿날 오재원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오재원은 27일 SK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했다. 취재진이 해당 스윙 장면에 대해 이유를 묻자 오재원은 "그냥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나 혼자 욕먹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자 "이유가 있긴 하지만 말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재원의 이름이 몇 시간동안 오르내릴 정도로 이슈가 됐다.

오재원을 비난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상대 투수에 대한 매너를 지적하고, 경기 태도와 해당 선수의 과거 논란들까지 다시 끌어와 인성 논란으로도 번졌다.

양쪽 구단 관계자들을 통해 파악해본 결과, 해당 내용은 이렇다. 오재원이 타석에서 타격 준비를 하는 시점에 상대 벤치에서 야유성 멘트가 또렷하게 들렸다. 흔히 '트래쉬 토크'라고 하는 내용이다. 오재원이 스윙을 포기한 것도 상대 더그아웃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순간적으로 감정이 일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현재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다 보니 그라운드는 상상 이상으로 조용하다. 상대 벤치에서 나누는 이야기도 잘 들릴 정도다. 시즌 개막 후에도 벌써 여러 차례 그라운드에서 오가는 '소리'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선수들이 서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오재원이 다음날 인터뷰에서 굳이 언급해서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한 이유는, 당시 상황을 파악한 SK의 고참 선수가 팀을 대표해 경기가 끝난 후 오재원에게 사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워딩이 글로 표현됐을 때, 실제보다 더 심각한 뉘앙스로 전달되면서 파장이 더 커졌다.

물론 그가 경기 중 보인 태도에 대해 충분히 실망감을 표현할 수는 있다. 프로 선수에게 할 수 있는 지적이다. 또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너무 모호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비난이 과열 양상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더욱 문제가 된 이유는 메이저리그의 한 투구 분석가가 KBO리그 중계를 보고 SNS에 해당 장면을 언급하면서 '헛스윙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을 키운 측면이 있다. 공론화의 시점이었다. 전후 사정과 상관 없이 지나치게 일이 커졌다.

상대팀 선수의 도발이 스윙 논란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게 드러난 후에는 뱉은 이야기들을 어떻게 주워담을 수 있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를 만드니 문제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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