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찬인터뷰]데뷔골 조규성 "동국이형보다 내가 나은 한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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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조규성의 매력 중 훤칠한 외모는 극히 일부분이다. '까도까도' 새로운 매력이 계속 나온다. 24일 기자가 전주성 현장에서 발견한 조규성은 굶주린 사자같았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원톱 공격수의 주임무는 골이다. 상대 박스 부근에 머물러야 득점 기회가 찾아올 확률이 올라간다. 하지만 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공이 없을 때에도 움직였다. 한 뼘은 더 큰 상대 수비수(대구 정태욱)와 부딪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추가시간 1분 퇴장이 나오고서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경기장을 떠났다. 1분 간격으로 연속해서 경고를 받는 상황도 '야성미'에서 비롯됐다. 2-0으로 앞선 시점이었지만, 공에 대한 집착을 거두지 못해 유니폼을 잡고 발을 길게 뻗었다.

조규성은 '스포츠조선'의 축구전문방송 '볼만찬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려다 그런 행동을 했다. 생각이 짧았다. 결과적으로 팀에 폐를 끼쳤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먹이(골)를 순간적으로 잡아챘다. 무릴로의 골로 1-0 앞선 후반 24분, 쿠니모토의 헤더가 상대 골키퍼 최영은 손에 맞고 흘러나왔다. 그 순간 공을 향해 가장 먼저 달려간 선수가 바로 조규성이었다. 골문 앞에서 대기를 하다 공을 슬쩍 밀어넣고나서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는 그런 흔한 스토리를 거부했다.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튕겨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쇄도했고, 득점 결실을 맺었다. 이 골로 전북은 창단 첫 개막 3연승을 기록했다.

이는 3경기 만에 터진 조규성의 K리그1 데뷔골이다. 올해 전북에 입단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골맛을 보긴 했으나 앞선 K리그1 2경기에선 침묵했다. 수원 삼성전과 부산 아이파크전 결승골 영웅은 후반 교체투입된 '원톱 경쟁자' 이동국과 벨트비크였다. 22세 의무 출전규정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위기의식을 느낄 법도 하다.

조규성은 "골이 안 들어갔지만, 급하게 생각 안 했다. 언젠가 골이 터질 거라고 믿었다"는 말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티가 난다. 하지만 누구보다 골을 기다렸던 건 조규성 본인이다. "너무 기뻤다. 많은 분들이 바라고, 저 또한 바랐던 골"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영락없는 신인이다.

타고난 본능과 운동능력이 만든 골이었다. 하지만 철저한 과외가 없었다면, 이같은 장면을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 시절부터 '리그 공식전보다 더 치열한 자체 청백전'을 치르기로 유명하다. 초반 3경기에서 주전조에 포함된 조규성은 미니게임에서 김민혁 오반석 구자룡 등을 상대해야 했다. 모두 K리그에서 한가닥 하던 수비수들이다.

그는 "'전북은 훈련이 더 힘들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리그보다 더 힘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엄청 힘들다. 골을 넣긴 넣는데, 쉽게 들어가진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전북 클럽하우스에선 '문화 수업'도 받는다. 전북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시티와 같은 유럽 빅클럽이 보유한 '승리 문화' '우승 문화'(위닝 멘털리티)를 지닌 팀으로 꼽힌다. 조규성은 "밖에선 전북의 경기력에 대한 말들이 있었지만, 팀에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손발을 맞추다 보면 전북 색깔 나올 수 있다는 거다. 울산과의 라이벌 의식에 대해서도 형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전북이니까'. 계속해서 우승을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어차피 우리가 우승할 거니까'란 마인드가 새겨진 것 같다"고 했다.
조규성에 따르면, 베테랑 이 용은 대구전을 앞두고 선수들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상대가 우리보다 약하다고 해도 더 많이 뛰어야 한다. 상대를 찍어눌러야 한다."

K리그 최다골 주인공이자 전북 레전드인 '라이언 킹' 이동국은 존재 자체로도 '동기부여'가 된다. 조규성은 "(이)동국이형을 보면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슈팅 궤적이 굉장하다. 등을 지면 수비수가 못 빠져나온다. 젊은 내가 체력은 더 좋겠지만, 나머지는 모두 동국이형이 낫다"고 했다. 이동국은 당장의 경쟁자, 그리고 장기적 대체자인 조규성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많이 뛰지 말아라. 쓸데없이 뛰어 체력 낭비하지 말아라. 공격수니까 골을 넣을 때 집중해야 한다"는 식이다. 조규성은 "훈련을 할 때 미드필더와 눈이 안 맞았는데도 달려간 적이 몇 번 있었다"며 "그럴 때면 김상식 코치님이 '살면서 많이 뛰지 말라는 얘기는 처음 듣지?'라고 말씀하시곤 한다"며 웃었다.

초반 일정상 울산은 전북보다 더 늦은 시간에 경기한다. 즉, 전북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 울산의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이날도 그랬다. 기분좋게 대구를 꺾은 전북 선수들은 울산이 부산 아이파크와 1대1로 비긴 경기를 '환호'하며 지켜봤다. 조규성은 "단톡방에 '부산 골 넣었다!' '아, 울산도 넣었네'와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라이벌 구도이다 보니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울산이 작년에도 좋았지만, 올해는 더 강해졌다. 그래도 팀내에는 우승은 전북이 할 거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볼만찬 인터뷰'에 나선 울산 미드필더 윤빛가람은 울산의 우승 가능성을 '90%'로 전망했다. '변수'를 고려했다. 조규성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겸손하게, 100%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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