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인생 시계 연장하는 정대영 "사실 올해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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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팀 이적 제안도 왔지만 김종민 감독이 잡아줘

더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어, 은퇴는 2~3년 후 계획

이효희 언니 공백은 이원정, 안예림이 얼마나 메우냐가 관건

"그동안 효희 언니와 함께 뛰어 너무나도 즐거웠다"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사실 올해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팬들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고요."

한국도로공사 베테랑 정대영(38)이 원 소속팀과 1년 더 함께 한다. 정대영은 총액 1억 4,000만 원(연봉 9,500만 원, 옵션 4,5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 팀은 최하위를 기록했으나 불혹을 앞둔 정대영은 블로킹 7위(세트당 0.55개), 이동공격 8위, 속공 9위(34.56%)에 오르는 등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1999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정대영은 출산으로 인해 거른 2009~2010시즌을 제외하고는 약 20년 세월을 코트 위에서 보냈다.

24일 <더스파이크>와 전화 통화를 가진 정대영은 "구단에서 좋은 계약을 체결해 줘서 고맙다. 돌아오는 시즌에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대영은 한국 나이 마흔에 가깝지만 여전히 코트 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비시즌에도 국가대표에 차출될 만큼 실력만큼은 여전하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타 팀에서 정대영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대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종민 감독님이 잡아주셨다. 집까지 찾아와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셨다. 워낙 사이도 좋다. 타구단 제의도 받았지만 감독님과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는 2016~2017시즌 이후 첫 꼴찌를 맛봤다. 연이은 외인들의 부상과 부진도 있었지만 미들블로커 배유나의 부상이 컸다.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그 자리에 나왔지만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정대영은 "코트 위에 (배)유나가 있는 거랑 없는 거랑 확실히 다르다. 유나의 부상이 컸다"라고 했다.

정대영은 초등학교 4학년 딸아이(김보민)를 둔 한 가정의 엄마다. 비시즌인 지금, 모든 학교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을 대신해 온라인 수업을 시행 중이다. 정대영은 온라인 강의를 듣는 딸의 수업을 지켜보며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또한 개인 운동도 놓치지 않고 있다.

그녀는 "딸아이가 4학년이다. 지금 개학을 못 해서 온라인 강의를 듣는데 그거 지켜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동영상 강의가 시간도 짧고 쉽게 잘 되어 있다"라고 웃었다.

그는 이어 "집 근처 헬스장에 가서 개인 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체력 관리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대영은 시즌 중에는 엄마와 아내 노릇을 못 한다. 숙소에 들어가면 남편, 딸과 떨어져 주말가족의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남편이랑 주말부부 생활을 한 지 13년 정도 됐다. 남편이 다 이해해 주고 케어해줘서 너무나도 고맙다. 딸도 할머니와 자주 있는데 의젓하게 잘 커줘서 고맙다"라고 웃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비시즌에 변화가 있다. 주전 세터로 팀을 진두지휘한 이효희와 계약하지 않았다. 이효희는 은퇴 수순을 밟고 있으며, 도로공사 코치진 합류가 유력하다. 아직 공식적인 보도자료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효희를 가장 옆에서 바라본 정대영은 어떤 마음일까.

"함께 더 하면 좋았겠지만 같이 못해 아쉽다.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이)효희 언니는 힘든 일도 항상 웃으면서 넘겼다. 배구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언니였다. 언니 덕분에 그동안 배구를 재밌게 했었다."

이효희가 빠진 만큼 한국도로공사 세터진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원정, 안예림 등 어린 선수들이 이효희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정대영은 "세터 언니가 빠졌기 때문에 그 부분을 메워야 한다. 세터가 바뀌면 팀은 힘들다. 배구에서 팀의 중심은 세터다. 원정이나, 예림이 등 세터들이 어리기 때문에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대영도 사실 올 시즌 후에 은퇴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대영은 팬들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었기에 선수 생활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사실 올해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에게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남았다. 지금은 조금 더 운동을 하고 싶은 생각이다. 한 2~3년 정도 하고 효희 언니처럼 은퇴의 길을 걷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정대영의 배구 인생 목표는 무엇일까.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때 은퇴를 하는 게 목표다. 팬들에게 '나이가 많아도 꾸준한 선수다. 정대영 선수는 꾸준했다'라고 남고 싶다."

마지막으로 정대영은 지금까지 배구 인생을 함께 한 이효희와 그리고 지난 시즌 저조한 성적에도 많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녀는 "언니랑 도로공사 와서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통합우승도 해보고 너무 기뻤다. 그 시간을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맙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고, 코치로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팬 여러분, 지난 시즌 모습은 다 잊어주셨으면 좋겠다. 도로공사가 다시 예전처럼 상위권에서 즐거움 배구를 할 수 있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까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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