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의 MLB+] MLB 레전드 ② 무결점 유격수, 호너스 와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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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엠스플뉴스>는 MLB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을 한 명씩 재조명하려고 합니다. 다루는 순서는 활동 시대를 기준으로 하며, 실력 순과는 무관합니다. 
 
[엠스플뉴스]
 
호너스 와그너(요하네스 피터 와그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다.
 
하지만 현대 야구팬들에게 와그너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야구카드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하다. 호너스 와그너 T206라 불리는 이 야구카드는 2016년 10월 2일 열린 경매에서 312만 달러(약 38억 원)에 낙찰됐다. 이 야구카드가 가장 비싼 이유는 당연하게도 가장 희소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이야기가 언제나 그렇듯, 여기에는 감동적인 일화가 있다.
 
아메리칸 타바코 컴퍼니(ATC)는 1909년부터 1911년까지 자사 담배의 사은품으로 야구선수 카드를 끼워줬다. 미국의 유명 야구용품 수집가인 스콧 A. 리더에 따르면 이렇게 발매된 야구카드에는 총 524명의 선수가 나왔는데, 선수 한 명당 약 70만 장이 생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와그너의 카드만 57개에서 200개가량이 남아있는 것이다.
 
와그너가 ATC의 승인 요청 서한에 "담배 사은품에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 내 야구카드를 만들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신했기 때문이다. 와그너의 거부 이유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그가 '혐연론자'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 역사가인 키스 올버만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친손녀의 증언에 의하면 와그너는 애연가였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 야구 역사가들은 와그너가 당시 보기 드문 협상가(대표적인 일화로 그는 1909년 은퇴를 선언하는 강수를 둔 끝에 연봉을 2배 늘린 바 있다)였다는 점을 들어, 야구카드 생산 중단 요청에는 금전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신이 흡연자였다고 할지라도, 와그너가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를 걱정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디 애슬레틱>의 조 포스난스키에 따르면, 와그너는 1914년 한 지역지에 실린 친필 편지에서 "청소년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고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보다 더 좋은 조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당시엔 미성년자도 담배를 살 수 있었다). 야구선수 와그너를 다루는 글의 서두에 이 야구카드에 얽힌 일화를 길게 소개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와그너는 인종 차별주의자와 마약 중독자가 판을 치던 19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선수들 가운데 보기 드문 인격자였다(심지어 니그로리그의 선수들조차 그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와그너는 팬들을 진심으로 아꼈고, 야구팬들은 그런 그를 사랑했다.
 
 
 
이쯤해서 야구선수 와그너가 쌓은 업적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지금보다 평균자책점이 절반 가까이 낮았던 시대에 뛰었음에도 타자로서 8번의 타율 1위와 5번의 타점 1위, 5번의 도루 1위를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가 개발되기 100년 전에 데뷔한 선수지만, OPS 부문 시즌 1위도 여덟 차례나 기록했었다. 타격 실력 하나만으로도 그는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셈이다.
 
그러나 와그너가 역대 최고의 유격수로 꼽히는 이유는 공격력뿐만 아니라 수비력까지 갖춘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의 별명인 '플라잉 더치맨'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도 나왔던 전설적인 유령선으로, 와그너가 빠른 발을 바탕으로 날아다니는 듯한 수비를 펼친 데에서 유래한 별명이다(물론 오페라 플라잉 더치맨의 작곡가 바그너와 이름이 같았던 것도 한몫했다).
 
팀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첫 6년간 1루수, 2루수, 3루수, 외야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오갔던 와그너는 만 29세였던 1903년부터 풀타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은퇴 직전 해였던 1916년까지 14년간 전문 유격수로 활동했다. 와그너의 통산 유격수 수비율은 92.7%에 불과했지만, 당시 열악한 그라운드 상태와 조악하기 짝이 없었던 글러브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베이스볼 라이브러리>는 와그너의 수비를 "긴 팔과 큰 손을 지닌 그는 종종 문어에 비유됐다. 땅볼을 수비할 때 그는 국자처럼 거대한 손으로 공을 잡아내서, 혜성 같이 송구했다"고 묘사했다. 한편, 와그너는 선천적으로 심하게 휜 다리로 태어났음에도 엄청난 주루 실력을 자랑했다. 그는 통산 723도루로 역대 10위에 올라있으며, 그중에는 홈 스틸도 27번이나 있었다.
 
호너스 와그너의 타이틀 및 달성 기록
 
* NL 타율 1위 8회 (1900, 1903-4, 1906-9, 1911)
* NL 타점 1위 5회 (1901-2, 1908-9, 1912)
* NL 도루 1위 5회 (1901-2, 1994, 1907-8)
* 피츠버그 영구결번 (No. 33)
* 메이저리그 All-Century 팀
* 명예의 전당 최초의 5인 (1936년, 95.13%)
 
훗날 빌 제임스는 이런 자료들을 근거로 와그너를 MLB 역대 두 번째로 뛰어났던 선수로 선정(1위는 베이브 루스)하면서 '단점이 하나도 없었던 유일한 선수'라고 평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가 당대 최고의 인기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인품 때문이기도 했다. 와그너는 때때로 거친 플레이를 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친절하고 겸손한 선수였다.
 
이는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타이 콥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와그너는 그 자부심 강했던 콥이 유일하게 질투심과 경쟁심을 느꼈던 선수다. 1909년 월드시리즈에서 펼친 맞대결에서 만 35세였던 와그너는 타율 .333 6타점 6도루 OPS .967로 타율 .231 5타점 2도루 OPS .656을 기록한 만 22세 콥을 압도하면서 피츠버그의 우승을 이끌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메이저리그 초창기 시절을 다룬 로렌스 S. 리터의 명저 The Glory of Their Times에 따르면 타이 콥은 1루에 출루한 후 13살이 많은 와그너에게 욕설을 하면서 도루를 할 때 신체적인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와그너는 2루 도루를 시도한 콥의 입을 글러브로 강하게 태그하는 것으로 응징했다고 전해진다.
 
이때 둘 사이에 어떤 대화를 하였는지에 대해선 콥의 자서전에도 적혀있지 않다. 하지만 콥은 1945년 베스트 라인업을 뽑을 때 유격수 자리에 와그너의 이름을 적어넣으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와그너를 존중했다.
 
 
 
한편, 와그너는 루이스빌 커널스에서 이적한 1900년부터 1917년까지 선수로서 18년, 은퇴 후 코치로 39년, 합계 57년을 피츠버그에서 보낸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코치로 머무는 동안 그는 애제자인 아키 본(짧고 굵은 커리어를 보낸 올스타 유격수)을 비롯해 랄프 카이너, 행크 그린버그, 파이 트레이너 등 훗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들을 길러냈다.
 
1936년 열린 첫 번째 몡예의 전당 투표에서 와그너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5명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와그너의 득표율 95.13%은 타이 콥(98.23%) 다음으로 높았고 베이브 루스와는 같았다. 1955년 4월 30일, 피츠버그는 와그너를 기념해 포브스 필드에 실물 크기의 동상을 세웠다. 그리고 그해 12월 와그너는 81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이후 6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메이저리그에는 와그너를 뛰어넘는 유격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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