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앙리, 구단주 베컴…닻 올린 MLS 25번째 시즌 [한만성의 주간 MLS]

[BO]스포츠 0 1174 0



2020 시즌 MLS 1라운드…벤치에 앉은 앙리 감독, 스위트룸에 앉은 베컴 구단주

▲북미프로축구 MLS, 올해로 출범 25주년
▲앙리와 베컴, 각각 감독과 구단주로 신고식
▲황인범, 개막전 선발 출전 후 풀타임 소화
▲이동경 밴쿠버 이적 시 시너지 효과 기대
▲기성용의 단기 계약 스페인행, 올여름 MLS로?

[골닷컴] 한만성 기자 =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25주년을 기념하는 2020 시즌이 지난 주말 막을 올렸다.

MLS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총 26팀이 나란히 개막전을 치르며 2020 시즌을 시작했다. 지난 1996년 출범한 MLS는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출범 당시 단 10팀 체제에 불과했던 MLS는 2001년 마이애미 퓨전, 탬파베이 뮤티니가 해체하며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2010년 16팀 체제가 된 후 2015년 20팀, 올해는 총 24팀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갖추게 됐다.

올해 MLS 개막 라운드 13경기의 평균 관중수는 2만4735명이다. 지난 시즌 MLS의 평균 관중수는 2만1305명이었다. 올 시즌 신생팀 내쉬빌 SC의 홈구장 최다 수용 인원이 6만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평균 관중수는 작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올해 MLS는 지난 2017년 애틀랜타 유나이티드가 창단하며 기록한 역대 한 시즌 최다 평균 관중수 2만2113명 기록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한때 유럽 축구를 수놓은 티에리 앙리, 데이비드 베컴은 지난 주말 각각 감독과 구단주로 MLS에서 신고식을 치렀다. 유럽 무대에서 초짜 감독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앙리는 몬트리올 임팩트 사령탑으로 부임했고, 현역 은퇴 후 지도자 데뷔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힌 베컴은 신생팀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로 돌아왔다. 밴쿠버 화이트캡스 미드필더 황인범(23)도 개막전부터 풀타임을 소화했다.



# 후드티 차림의 감독 앙리, MLS 데뷔전에서 '첫 승'

아직은 선수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앙리는 몬트리올을 첫 경기부터 승리로 이끌었다. 몬트리올은 1일 홈구장 스타드 올림피크의 관중 2만1006명이 지켜보는 뉴잉글랜드 레볼루션전에서 전반전 선제골을 헌납하고도 2-1 역전승을 거두며 MLS 무대 데뷔전을 치른 앙리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지난 2018년 AS 모나코로 부임하며 사령탑으로 데뷔한 앙리 감독은 당시만 해도 "(현역 시절) 바르셀로나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후 줄곧 지도자를 꿈꿨다. 그의 축구 철학을 이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컸다. 당시 앙리 감독은 4승 5무 11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단 20경기 만에 경질됐다. 이후 그가 선수단과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약 1년 만에 MLS 무대에서 현장에 복귀한 앙리 감독은 약 2년 전과 비교하면 이상보다는 우선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이었다.

앙리 감독은 MLS 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부터 "스타일은 나중에 생각해볼 문제다. 당연히 우리가 볼을 소유했을 때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게 있지만, 지금 우리에 맞는 전술 시스템으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지금 당장의 상황을 존중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MLS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에도 "지금은 싸워야 할 때다. 지금은 앞서갈 시점이 아니다. 오늘은 경기 후반에 우리에게 운이 따르기도 했다. 특히 아직 세트피스 수비는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몬트리올의 선수 구성도 앙리 감독 부임 시 여론이 기대했던 '빅스타' 영입 없이 이뤄진 상태다. 오히려 몬트리올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과거 아스널에서 앙리와 함께 활약한 선수이자 팀 내 가장 '빅네임'으로 꼽을 만한 수비수 바카리 사냐와 결별했다. 이후 몬트리올은 토트넘 2군 소속 수비수 루이스 빙크스(18), 아르헨티나 명문 산로렌소 미드필더 에마누엘 마시엘(22)을 영입하며 검증된 스타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선수 영입 방식을 택했다. 이외에는 과거 앙리와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보얀 크르키치가 몬트리올에서 활약 중이다.



# 베컴 구단주의 마이애미, 작년 정규 시즌 우승팀 LAFC 상대로 선전

신생팀 인터 마이애미의 가장 큰 스타는 선수도, 감독도 아닌 구단주다. 인터 마이애미는 베컴이 현역 시절이었던 지난 2007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LA 갤럭시로 이적하는 조건으로 당시 별도로 MLS 사무국과의 협상을 통해 '은퇴 후 MLS 신생팀 창단 권리'를 포함하는 데 합의한 뒤, 비로소 13년이 지난 올해 맺어진 결실이다.

이뿐만 아니라 13년 전 베컴의 미국 무대 진출은 MLS가 샐러리캡에 구애받지 않고 팀 당 고액 연봉자 세 명을 영입할 수 있는 지정 선수 제도(DP룰)를 도입해 자금력을 보유한 구단이 티에리 앙리, 스티븐 제라드, 안드레아 피를로, 프랭크 램파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을 영입해 리그의 흥행을 이끌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한때 DP룰이 유럽에서 전성기를 구가한 후 은퇴를 앞둔 선수들을 영입하는 제도에 불과하다는 선입견도 최근 몇 년간 전성기를 구가하는 세바스티안 지오빈코, 카를로스 벨라가 MLS에 진출하며 상당 부분 제거됐다.

베컴 구단주는 행정가로 MLS 무대로 돌아온 후에도 지금 당장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스타 선수 영입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마이애미는 창단을 앞두고 패트릭 비에이라, 데이비드 모예스 등 유럽 빅리그 출신 감독 선임설이 제기됐지만, 정작 베컴 구단주가 택한 사령탑은 2017년 파추카를 클럽 월드컵 3위, 작년 몬테레이를 북중미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미국의 이웃국가 멕시코 리그에서 지도력을 입증한 우루과이 출신 디에고 알론소(44) 감독이다. 그는 선수 영입 또한 빅리그 스타가 아닌 아르헨티나 신예 미드필더 마티아스 페예그리니(19)와 공격수 훌리안 칼란사(19), 유벤투스 2군에서 활약해온 베네수엘라 출신 멀티 수비 자원 크리스티안 마쿤(19)과 계약하며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 황인범, 개막전 선발 + 풀타임 출전

MLS 진출 후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밴쿠버 화이트캡스 미드필더 황인범(23)은 2일 홈구장 BC 플레이스에서 열린 스포르팅 KC와의 개막전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 포지션 이동이 잦았던 그는 프리시즌에 이어 리그 개막전에서도 4-2-3-1 포메이션의 8번(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경기 결과는 밴쿠버의 1-3 패배였다. 황인범은 팀 내 최다 기록인 키패스(득점 기회 창출) 3회를 기록했지만, 밴쿠버의 패배까지 막지는 못했다. 그는 간접 프리킥과 코너킥으로 키패스 3회를 모두 기록하며 날카로운 세트피스를 선보였다. 마크 도스 산토스 밴쿠버 감독은 올 시즌 황인범의 공격적인 재능을 살리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레나드 오우수(22)를 영입했으나 아직 두 선수 모두 팀에 막 합류한 상태한 터라 개막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밴쿠버는 이날 중원에서 상대 공격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세 골을 실점했다.

황인범은 8일 낮 12시 LA 갤럭시 원정 경기에 나선다. 갤럭시는 지난겨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결별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바이엘 레버쿠젠,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세비야를 거치며 득점력을 입증한 멕시코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를 영입한 MLS 명문구단이다. 또한, 황인범은 과거 바르셀로나, 비야레알에서 활약한 후 갤럭시에 합류한 미드필더 조나탄 도스 산토스(29)와 중원 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 측면 수비수 크리스티안 파본(24)도 갤럭시의 주요 선수 중 한 명이다.

아래는 지난 스포르팅 KC전 황인범의 활동 영역을 보여주는 히트맵이다. 밴쿠버 사령탑 도스 산토스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골닷컴 코리아'와 만난 자리에서 올 시즌 황인범을 8번 자리에 고정해 팀의 경기 템포를 설정해주는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황인범은 올 시즌 후방에서 빌드업에 관여하며 팀 공격을 지원해주는 박스-투-박스 미드필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이동경, 곧 밴쿠버행 마무리?

최근 MLS를 향한 국내 축구 팬들의 또다른 관심사는 이동경(22)이다. 현재 울산현대 소속인 이동경이 지난달 중순부터 황인범의 소속팀 밴쿠버로 이적할 전망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마침 최근 울산이 이동경의 대체자가 될 만한 자원인 이청용 영입에 근접했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밴쿠버 이적을 희망하고 있다. 물론 밴쿠버 구단도 그동안 이동경 영입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동경은 강력한 왼발을 보유한 2선 공격 자원이다. 그는 좌우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황인범의 위치인 중앙 미드필더 역할도 소화할 수 있다. 밴쿠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왼쪽 측면 공격수 데이비드 밀린코비치(25), 오른쪽 측면 공격수 크리스티안 다호메(26)를 영입했다. 그러나 스포르팅 KC를 상대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한 요르디 레이나는 공격수에 더 가까운 유형의 자원이다.

이동경이 밴쿠버에 합류하면 10번 자리에서 중앙 미드필더 황인범과 캐나다 대표팀 주전 최전방 공격수 루카스 카발리니(27)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 마요르카로 임대 이적한 기성용, 올여름 MLS 진출 재시도?

사실 이동경보다 앞서 MLS 진출설이 제기된 선수는 기성용(30)이다. 그러나 기성용은 최근 스페인 라 리가 구단 마요르카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그는 마요르카와 4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즉, 기성용은 올 시즌이 종료되는 6월 다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게다가 마요르카는 현재 라 리가 강등권에 놓여 있는 만큼 올여름 기성용의 거취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기성용의 MLS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며 그가 시카고 파이어, DC 유나이티드와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기성용에게 구체적인 관심을 나타내며 영입 협상을 진행한 팀은 LA 갤럭시였다. 단, 갤럭시는 치차리토, 크리스티안 파본, 조나탄 도스 산토스가 구단에 주어진 DP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갤럭시가 기성용을 영입하려면 DP 자리를 비우거나 선수가 큰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이 중 파본은 꾸준히 유럽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 측면 공격수다. 올여름 유럽 리그의 이적시장이 다시 열리면 갤럭시가 기성용 영입을 재추진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 주목할 만한 선수: '간접 세트피스 스페셜리스트' 잭 프라이스

현재 MLS는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입증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스타 플레이어와 10대, 혹은 20대 초반 유망주가 중심을 이룬 리그다. 그러나 유럽 정상급 무대에서 맹활약한 스타, 또는 남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예를 영입하려면 구단의 자금력은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콜로라도 라피즈는 탄탄한 자금력을 보유한 LA 갤럭시, LAFC, 시애틀 사운더스, 애틀랜타 유나이티드, 뉴욕 시티 FC와 선수 영입 경쟁을 펼칠 만한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지난 2018년 영입한 미드필더 잭 프라이스(27)를 통해 '스몰 마켓 팀'이 살아남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프라이스는 2018년까지 잉글랜드 2부 리그(챔피언십)에 머무른 울버햄프턴에서 활약했지만, 한때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3부 리그 구단 여빌 타운과 레이턴 오리엔트로 임대된 수비형 미드필더다. 그러나 그의 최대 장점은 오픈 플레이 상황이 아닌 세트피스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날카롭고 정확한 '딜리버리(delivery)' 능력이다.

프라이스는 지난 시즌 MLS에서 기록한 도움 10개 중 9개를 세트피스(프리킥 1회, 코너킥 8회)로 기록했다. 그는 1일 DC 유나이티드와의 올 시즌 개막전에서도 콜로라도가 0-1로 뒤진 68분 코너킥 상황에서 짧은 패스를 연결한 뒤, 되돌려받은 공을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연결해 카이 카마라의 동점골을 도왔다. 콜로라도는 이날 2-1 역전승을 거뒀다. 프라이스는 지난 시즌 기록한 키패스 78개 중 51개를 세트피스로 만들어냈다. 이는 현대 축구에서 갈수록 비중이 커지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 기회 창출 능력이 탁월한 프라이스의 가치를 실감케 하는 기록이다.

콜로라도는 프라이스를 영입하기 전부터 그의 장점을 극대화할 만한 환경을 준비해놓은 덕분에 MLS 최고의 '간접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로빈 프레이저 감독 체제의 콜로라도는 크리스 샤프 골키퍼 코치에게 세트피스 공격과 수비 패턴을 디자인하는 역할을 일임하고 있다. 대개 세트피스 상황에서 팀 수비의 위치를 잡아주는 역할은 골키퍼가 맡는다. 이와 같은 골키퍼를 지도하는 골키퍼 코치만큼 데드볼 상황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업무를 책임지는 데 어울릴 만한 적임자는 없다는 게 콜로라도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프레이저 감독은 DC 유나이티드전을 마친 후 "세트피스는 우리 선수들이 가장 집중해 준비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매우 전략적으로 세트피스를 준비한다. 크리스 샤프(골키퍼 코치)는 세트피스 패턴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데 훌륭한 능력을 보유한 지도자다. 샤프의 작품을 프라이스의 훌륭한 딜리버리 능력이 경기장 안에서 구현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가 잉글랜드 하부리그에서 영입한 프라이스의 연봉은 약 43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한화 약 5억 원)다. 그가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저렴한 편에 속한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