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지우개’ LG 고우석, 초짜 마무리에서 진짜 마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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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원영 기자] ‘초짜 마무리? 진짜 마무리!’

정규이닝의 가장 마지막인 9회, 승리를 지키려는 팀은 마무리투수를 마운드에 올린다. 공 하나에 승패가 걸린 만큼 마무리가 느끼는 중압감은 막대하다. 특히 처음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는 이에게는 더욱 큰 부담감과 책임감이 뒤따른다. 그러나 LG 고우석(21)은 표정 변화 없이 묵직한 공을 던지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초짜 마무리답지 않은 안정감이다.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했다. 프로 3년차인 올해 갑작스레 마무리 옷을 입었다. 기존 정찬헌이 허리 부상으로 4월20일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복귀 후에도 컨디션이 오르지 않아 오는 12일 흉추 황색 인대 골화증 및 요추부 협착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이에 그간 입지를 다진 고우석이 클로저로 자리를 굳혔다.

마무리로 변신한 4월21일부터 6월9일까지 고우석은 18경기 19이닝에 등판해 2자책점만을 기록했다. 뒤늦게 세이브 경쟁에 합류했지만 리그 5위(12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5월에만 2승 8세이브 평균자책점 0.77로 구단의 5월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즌 기록은 총 30경기 33⅓이닝서 4승2패 1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1.89로 나무랄 데 없었다.

비결은 간단하다. 알고도 못 친다는 위력적인 속구다. 그는 평소 두 가지 구종만을 사용한다. 패스트볼에 약 74%의 비중을 두고 슬라이더는 24% 정도로 곁들인다. 커브도 가끔 구사하지만 활용도는 낮다. 그는 구종을 늘리는 대신 제구력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공을 꽂아 넣으며 훌륭한 커맨드를 자랑했다.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구속 사냥에도 나섰다. 지난해까지 평균구속이 시속 147㎞였으나 올해는 150㎞로 끌어올렸다. 제구에 구속까지 잡아 무서운 성장세를 이뤘다. 

LG의 진짜 마무리로 거듭난 고우석은 ‘정찬헌이 돌아올 때까지’라는 조건뿐 아니라 매 경기 자신이 맡은 이닝을 말끔히 지워냈다. 일찌감치 삼성 시절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을 연상시키며 ‘리틀 오승환’으로 불린 그는 이제 고우석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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