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못지 않은 조연' LG 겨울 방출자 영입, 승부처 동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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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라인업과 엔트리만 보면 공백이 많다. 주전포수와 백업포수, 오랫동안 타선의 든든한 기둥 구실을 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나란히 이탈했다. 2루수 문제도 아직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했고 개막 당시 마무리를 맡았던 투수도 없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다. 최근 10경기 8승 2패로 3위 자리를 사수하면서 최상위권과 격차도 줄여가고 있다. 지난 겨울 적극적으로 방출자를 영입한 LG가 승부처인 한 여름을 앞두고 확실한 보조 엔진을 장착했다.

영입 당시에는 물음표가 많았다. 2015시즌 이후 리빌딩을 모토로 삼아 젊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랬다. 그러나 LG 차명석 단장의 주장은 확고했다. 부임과 동시에 방출자 영입경쟁에 뛰어들면서 “지금 이 선수들을 데려와야 나중에 주축이 될 어린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다. 구단 내에서도 우리가 리빌딩을 하고 있다며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을 마냥 잡아두고 기회 주는 게 리빌딩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우리 구단의 문제점이었던 군복무부터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10명 가량을 입대시켰고 이들이 전역하고 성장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이번에 영입한 베테랑들이 메워준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덧붙여 그는 “과거 코치를 할 때 방출된 선수들의 영입을 구단에 요청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다른 팀이 먼저 데려갔다고 하더라. 단장이 된 만큼 이것 만큼은 고치고 싶었다. 방출소식을 듣자마자 영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LG는 지난겨울 방출통보를 받은 장원삼, 심수창, 이성우, 전민수, 양종민 등을 영입했다. 


 


그리고 이들은 개막전부터 하나둘씩 1군 무대에 올랐다. 스프링캠프 주전 3루수 경쟁에서 승리한 양종민은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장원삼과 심수창은 지난해 디스크 수술을 받은 류제국이 복귀하기 전까지 1+1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 전민수는 4, 5번째 외야수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후 날카로운 타격감을 유지하며 공수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리그 최고참 포수 이성우 또한 지난달 28일부터 LG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그라운드에 서면서 유강남과 정상호의 동시 이탈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시켰다. 이성우의 노련한 리드와 블로킹으로 LG 마운드는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LG는 공백이 생길 때마다 준비되지 않은 유망주를 급히 1군에 투입했다. 이따금씩 유망주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1군 무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채 2군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1군 전력은 약화되고 유망주의 성장 또한 지체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몇몇 유망주들은 군입대 시기까지 놓치며 서른 살에 군복무를 마쳤다. 차 단장은 “선수들이 먼저 군입대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구단이 성적이 나지 않다보니 이들의 입대를 만류하고 붙잡곤 했다. 앞으로는 늦게까지 군입대를 미루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겨울 입대를 권유한 선수 중에 반대의사를 보인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몇몇은 현역입대도 괜찮다며 자원입대했고 현재 현역으로 군복무 중이다”고 설명했다. 


 


준비되지 않은 신예는 선수 개인과 팀 모두에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올시즌 LG는 이전과는 다르게 절실하게 그라운드서 몸을 날리는 베테랑들이 주연 만큼이나 중요한 조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중 방출 통보를 받고 은퇴까지 각오했던 심수창은 8년 만에 친정팀에 돌아와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2008년 프로 입단 후 수차례 수술과 방출을 경험했고 입단 9년차에 처음 1군 무대에 올랐던 전민수는 세 번째 팀 LG서 소금과 같은 존재가 됐다. 지금까지 선발출장은 단 네 차레에 그쳤지만 3할대 중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에선 대타로 출장해 천금의 결승타를 터뜨렸다. 2000년 신고선수로 LG 입단 후 SK, KIA, 그리고 다시 SK로 소속팀을 옮기며 역경을 이겨낸 이성우 또한 든든하게 후배 투수들을 리드한다.

2017시즌과 2018시즌 LG가 후반기에 추락했던 결정적인 원인은 얇은 선수층이었다. 마지막 질주 구간인 9월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거나 체력저하에 시달리며 이길 수 없는 경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가용자원부터 지난 2년과 크게 차이난다. 류제국의 성공적인 복귀와 이우찬의 도약으로 6선발을 계획할 정도로 선발진이 두꺼워졌고 마지막 레이스를 대비한 관리도 진행되고 있다. 불펜진에서 정찬헌의 공백을 메울 해답을 찾아낸다면 2016시즌 이후 3년 만에 무사히 페넌트레이스를 완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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