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산처럼…‘호구 잡은’ 3강, 천적 지위 이어가나

[BO]엠비 0 3151 0
 


TV 속 다큐멘터리에서 먹이사슬 최상위 육식동물은 다치거나 힘빠진 먹잇감에 인정을 베푸는 법이 없다. 빈틈을 보이는 순간, 먹잇감이 된다. 프로스포츠도 이같은 ‘밀림의 법칙’이 지배한다.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역시 결국 서로의 ‘약점’을 물어뜯는 싸움이다. 한 번 흐름을 내주며 ‘약자’의 지위로 내려가면, 철저하게 승수쌓기 제물이 되고 만다. 

2019시즌 KBO리그 천적 관계도 시작됐다. 개막 후 약 두 달째로 접어든 현재, ‘밀림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상·하위 팀의 초반 흐름을 가리는 분수령 역시 ‘천적’ 관계다. 양강구도를 형성한 SK와 두산은 이미 ‘호구’를 잡은 팀이 여럿이다. 근소하게 선두를 달리는 SK는 한화(4승 1패), 삼성(5승), KT (5승)를 상대로 절대 강세다. 두산은 롯데(5승), KIA, 삼성(이상 5승 1패)에게 벌써 15승을 챙겼다. 여기에 선두 경쟁을 하는 SK(4승 1패)와의 경기에서도 우위를 지켰다. 3위를 달리는 NC도 지역 라이벌인 롯데에 5승 1패를 비롯해 KT에도 5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현장 감독들은 어느 한 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 신경쓴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강팀을 상대로 이기거나, 약팀을 상대로 이기거나 똑같은 1승”이라며 가급적 승산 높은 약팀을 먹이로 삼으려는 상위권 팀들의 총력전이 펼쳐지곤 한다. ‘가을야구’ 진출의 운명은 어쩌면 상대에게 일방적인 흐름을 내주지 않는데서 시작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해 정규시즌을 우승한 두산이 좋은 예다. 두산은 잠실 라이벌인 LG(15승 1패)를 비롯해 롯데(13승 3패), NC(12승 4패), 삼성(12승 4패)을 상대로 무려 52승을 쓸어담았다. 시즌 93승(51패) 가운데 56%를 4개 팀을 상대로만 거둬들인 셈이다. 이를 동력으로 두산은 2위 SK와 무려 14.5경기 차의 압도적인 레이스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품에 안았다. 반대로 한 팀에 일방적인 흐름을 내줬던 4팀은 모두 포스트시즌 좌절이라는 씁쓸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 연장선에서 5월 마지막 주 매치가 흥미롭다. 선두권 세 팀이 안방에서 ‘호구를 잡은’ 세 팀을 만난다. 두산은 삼성을 불러들이고, SK와 NC는 각각 KT와 롯데를 상대한다. ‘포식자’인 선두권 팀들에겐 팽팽한 선두권 자리싸움 중 놓칠 수 없는 승부다. 반면 최근 반등 흐름을 탄 삼성은 다시 고비를 만났다. 3연패 중인 KT, 최하위 롯데에겐 또 다른 위기다. 하위팀이 이번 대결에서도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남은 시즌에도 끌려다닐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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