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김의 NBA산책] 클리블랜드엔 그가 있다..'넘사벽' 르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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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퀵큰 론스 아레나에서 펼쳐진 클리블랜드 캐발리어스(42승29패)와 토론토 랩터스(53승19패)의 충돌은 올해 NBA 동부콘퍼런스 결승 매치업의 예고편이라고 해야 할 경기였다. 

비록 클리블랜드가 시즌 내내 계속된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상당한 부침을 거듭하며 현재 순위가 토론토는 물론 보스턴 셀틱스(48승23패)에도 크게 뒤처진 동부 3위를 달리고 있지만 플레이오프 타임이 되면 특히 동부에선 르브론 제임스와 클리블랜드를 제쳐놓고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는 것은 NBA 팬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지난 3년 연속 동부를 대표해 NBA 파이널스에 나간 클리블랜드의 저력과 그 클리블랜드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인 ‘원맨 슈퍼스타’ 르브론의 파워가 아직도 펄펄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해 동부콘퍼런스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클리블랜드에 4연패로 무릎을 꿇었던 토론토는 이번 시즌 한결 탄탄해진 전력으로 동부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충분히 동부를 대표해 NBA 파이널스에 나설 능력이 있는 팀이다. 문제는 구단 역사상 첫 NBA 파이널스에 나가려면 지난 2년 동안 그들의 시즌을 끝냈던 클리블랜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 경기는 클리블랜드가 비록 이번 시즌 극도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 아직도 토론토에겐 거대한 벽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클리블랜드는 이날 주축선수 5명이 빠져 9명만으로 경기에 나섰다.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 레이커스에서 이적해 온 래리 낸스 주니어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것을 비롯, 로드니 후드(허리), 시디 오스만(히프), 트리스탄 톰슨(발목)이 부상으로 아웃됐고 베테랑 가드 카일 코버는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날 경기에 뛰지 못했다. 터란 루 감독마저 건강 문제로 인해 팀을 떠나면서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래리 드루 감독대행이 경기 전 이 경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토론토는 전반 클리블랜드의 디펜스를 무인지경처럼 유린하면서 전반에만 15점차 리드(79-64)를 쌓아 그런 드루 감독대행의 우려가 근거가 있었음을 입증했다. 전반 79득점은 토론토 구단 최고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이며 클리블랜드의 시즌 최악 기록이었다. 르브론의 15년 NBA 커리어 가운데 전반에 가장 많은 점수를 내준 신기록이기도 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에는 르브론이 있었다. 그는 후반 시작과 함께 ‘컴백 스위치’를 켰고 토론토는 뜨겁게 달아오른 지상 최고의 선수를 상대로 아직도 속수무책임을 절감해야 했다. 팀이 가장 그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르브론의 플레이는 더욱 폭발적이 됐고 랩터스도 물러서지 않고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종료 27.5초를 남기고 르브론의 드리블 돌파에서 이어진 킥아웃 패스를 받은 케빈 러브에게 3점포를 맞은 것이 치명타가 돼 결국 132-129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날 클리블랜드의 132득점 가운데 80점이 르브론의 득점 또는 그의 어시스트로 뽑아낸 것이었고 특히 4쿼터에 뽑은 34득점 가운데 27점이 르브론이 넣었거나 그의 어시스트를 통해 나왔다.




이날 르브론은 35득점과 1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7리바운드를 잡아냈는데 특히 놀라운 것은 무려 17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턴오버는 단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일라이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NBA가 턴오버를 통계 수치로 잡기 시작한 1977-78 시즌 이후 한 경기에서 35득점과 15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하면서 턴오버를 하나도 범하지 않은 선수는 르브론이 처음이다. 거의 ‘퍼펙트게임’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역사적인 퍼포먼스였다. 경기 후 르브론은 17어시스트와 노 턴오버 중 어느 쪽이 더 기쁘냐는 질문에 “당연히 노 턴오버다”라면서 “턴오버가 없으면 상대가 트랜지션 오펜스로 갈 수 없고 우리는 한 번 더 슈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답했다.

클리블랜드의 드루 감독 대행은 경기 후 “항상 시즌 도중에 팀 전체를 바꿔놓는 게임이 있다. 그리고 난 오늘 경기가 우리에게 바로 그 게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해 이날 경기 승패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경기 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정규시즌이 단 11경기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클리블랜드가 11전 전승을 거두더라도 토론토가 남은 10경기에서 전패하지 않는 한 토론토를 따라잡지 못하지만 이날 승리로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토론토와의 기 싸움에서 완벽하게 주도권을 잡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르브론은 이날 경이적인 퍼포먼스에도 불구, 토론토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팀 로스터가 얼마나 많이 결핍된 상황인지를 감안한다면 매우 뛰어난 팀을 상대로 거둔 중요한 승리”라면서 “하지만 우리 팀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따라서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또 ‘시즌의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드루 감독 대행의 말에 대해서도 “겨우 11경기밖에 남지 않아 시즌이 거의 끝났다”면서 “우리는 그저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할 뿐이고 결과는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이날 승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길 거부했다.

하지만 르브론의 최근 기세는 정말 눈부시다. 그는 지난 2월7일 이후 19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0.5득점과 10.5 어시스트, 10.4 리바운드로 경이적인 ‘30-10-10’ 트리플더블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부상에서 약 두 달 만에 복귀한 러브가 이날 23득점과 12리바운드를 보태는 활약으로 팀 승리에 결정적 조연 역할을 해내면서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클리블랜드 팬들의 희망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르브론의 놀라운 플레이가 계속되는 가운데 러브가 가세한다면 클리블랜드는 정규시즌에서의 오락가락했던 모습을 뒤로 하고 충분히 4년 연속 NBA 파이널 진출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에야말로 클리블랜드의 벽을 넘겠다고 벼르고 있는 토론토로서는 이날 경기를 통해 아직 풀지 못한 오랜 숙제를 재확인한 셈이 됐다. 과연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르브론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이다. 그 묵은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토론토의 시즌은 올해도 클리블랜드에 의해 막을 내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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