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의사 밝힌 한유미 "구단과 팬들께 죄송함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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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과 팬들께 죄송함이 컸던 것 같아요."

한유미(36·현대건설)가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수화기 너머로 들린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혹시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한건지…. 어떤 말을 하기 조심스럽네요." 구단과 이도희 감독에게 은퇴 의사를 사전에 전했지만, 공식 발표 전에 글을 게재했기 때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함이 컸다. 한유미는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시즌엔 30경기에 출전했다. 몸 관리가 쉽지 않았다. 나이는 30대 후반. 선수 인생 종착역에 가까워졌다. 한유미는 "나이가 있다보니 은퇴 생각은 계속 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 관리에 어려움이 컸다. 감독님께서는 훈련, 선수단 일정 중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며 "하지만 배려를 받으며 선수 생활을 하는 게 팀에 미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2년에 한 번 은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땐 팬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바로 은퇴 발표를 했다. 섭섭해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이번엔 나름대로 사전에 메시지를 전해드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999년 현대건설에 입단하며 시작된 한유미의 프로 생활.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릎 수술만 4차례 받았다. 해외무대 진출을 저울질하다 무적 신분으로 1년을 쉰 기억도 있다. 2012년엔 돌연 은퇴를 하기도 했다. 한유미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쉴 때 카페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도 했고, 중간엔 은퇴를 했다가 다시 돌아온 적도 있다"라며 "하지만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선수 한유미와는 완전히 작별한다"고 했다. 

제2의 삶을 그리고 있다. 한유미는 "선수 때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딱 구체화 시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면서도 "선수 은퇴를 하지만 배구와 관련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내게 지도자의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고, 해설자로서의 길도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전에 객원 해설을 좀 해봤는데 잘 못했다. 그건 어렵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조심스럽던 그의 목소리도 어느 새 한결 가벼워졌다. 한유미는 "카페나 필라테스, 요가 학원을 열어볼까도 싶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선수들이 사업을 해서 잘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더라. 사업이란 게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열변을 이어가다가 "내가 이렇게 말이 길다. 이래서 해설을 못했던 것 같다"라며 크게 웃었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한유미는 고민과는 거리가 먼 성격. 그는 "일단 여행을 갈 계획이다. 내가 여행을 참 좋아한다. 평소 가고 싶었던 곳들을 다니며 즐길 생각"이라고 했다. 

네모 각진 코트를 벗어나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치기로 했다. "제가 좀 즉흥적이에요.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건 거의 없더라구요. 만약 여행 후에도 지도자, 해설 등 저를 불러주는 곳이 없다면요? 음…. 그럼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보죠!" 코트를 환하게 비추던 한유미의 밝은 미소, 그보다 더 밝은 목소리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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