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와 디그롬, 선발승 가치 대척점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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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는 투수들이 맞나 싶다. 둘 다 빼어난 투구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키지만 결과는 너무나 다르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30)와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30)의 얘기다. 커쇼는 통산 세 차례 1점대 방어율과 두 차례 20승 이상을 거두며 호투가 고스란히 승리로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디그롬은 신인시절부터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특히 올시즌은 내셔널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으나 지독하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기록만 봐도 두 투수가 얼마나 뛰어난지, 그리고 얼마나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커쇼는 지난 8일(한국시간) 콜로라도전까지 4점 이상의 득짐지원을 받은 경기서 개인통산 103승 0패를 기록했다. 다저스는 커쇼가 마운드에 선 6회까지 4점을 뽑았고 커쇼는 2점만 허용하며 선발승 요건을 충족시켰다. 다저스가 4-2로 승리하며 커쇼는 시즌 7승째를 수확했다. 올시즌 커쇼는 5월과 6월 두 차례 부상자명단(DL)에 오르며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137.1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2.42, 경기당 평균 5.05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디그롬은 188이닝을 소화하고 방어율 1.68을 기록하고 있지만 선발승은 8승 밖에 되지 않는다. 득점지원은 경기당 평균 3.57에 불과하다. 총 28경기에 등판해 5점 이하의 득점지원을 받은 경기가 21차례, 6점 이상 지원 받은 경기는 7차례다. 타선이 2점 이하를 뽑았을 때 방어율 1.87, 3점 이상 5점 이하를 올렸을 때는 방어율 0.96으로 지원 여부에 관계없이 뛰어난 투구를 펼쳤으나 승리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29일 컵스전과 지난 4일 다저스전에선 자신이 적시타를 날렸지만 동료들의 지원이 끊겨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앞으로 4~5번 선발 등판을 남겨 놓고 있는데 지금까지 페이스라면 10승 언저리에서 시즌을 마칠 확률이 높다. 사이영상까지 수상한다면 역대 선발투수 사이영상 최소 승수인 13승 경신이 유력하다. 2010시즌 시애틀 펠릭스 에르난데스, 1981시즌 다저스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13승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바 있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할 뿐 매경기 팀이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며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디그롬이다. 디그롬은 지난 4일 다저스전까지 25연속경기 3실점 이하를 달성했다. 이는 1910시즌 컵스의 킹 콜 이후 최고 기록이다. 덧붙여 20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현역선수 중 가장 오랫동안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펼쳤다. 

흥미로운 것은 디그롬의 고군분투에 투수들이 동병상련을 느끼듯 디그롬의 사이영상 수상을 주장하고 있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는 지난달 23일 디그롬과 선발 대결을 펼친 후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디그롬이 사이영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투표권이 있으면 디그롬에게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입을 열며 “우리는 이름 옆에 승패를 달고 산다. 하지만 승리는 동료의 도움 없이는 얻을 수 없다. 만일 사이영상 수상에 승리가 평가기준이 된다면 나는 절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를 직접 봤다면 선발승이 얼마나 무의미한 지 알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선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또한 “투수라면 디그롬이 얼마나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 안다.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선발투수는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투수들에게 사이영상 투표권이 있다면 대다수가 디그롬을 뽑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디그롬은 신인상을 수상한 2014시즌에도 22경기 140.1이닝을 소화하며 방어율 2.69를 기록했으나 9승에 그쳤다. 2014시즌부터 올시즌까지 135경기 868.2이닝 방어율 2.69로 선전하고 있는데 53승 40패 승률 57%로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는다. 커쇼는 같은 기간 130경기 892.1이닝 방어율 2.06 74승 23패 승률 76.3%를 기록했다. 커쇼처럼 빼어난 투구가 승리로 연결되는 게 대다수지만 디그롬처럼 특별한 경우도 있다. 디그롬과 사이영상을 경쟁하고 있는 위싱턴의 맥스 슈어저와 필라델피아 애런 놀라가 나란히 16승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시즌 후 투표인단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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