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역전패' KCC, 추감독에게 비판 쏟아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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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6강 PO] 전주 KCC, 인천 전자랜드에 74-75로 역전패

[오마이뉴스 김종수 기자] 



 

역시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프로농구 전주 KCC가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KCC는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4-75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팀 기둥 하승진(33·221cm)은 16득점, 13리바운드, 2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공수에 걸쳐 펄펄 날았다. 그러나 득점형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11득점)의 부진과 코칭스탭의 전략싸움에서 완패 당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당초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KCC(4승 2패)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시즌 내내 이어져온 약점을 또 다시 공략 당해 중요한 첫판을 내주고 말았다. 

추승균 감독, 왜 좋은 성적에도 비판 받을까 



 

올 시즌 KCC 추승균 감독은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크게 두드러졌던 것은 로테이션 문제다. KCC는 김민구, 최승욱, 김지후, 유현준, 정희재, 신명호, 김진용, 박세진 등 좋은 벤치자원을 대거 확보하고 있다. 각자 색깔도 다르고 대부분 젊은 선수들이다 보니 타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기도 하다. 시즌 우승후보를 넘어서 왕조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 이유였다. 하지만 긴 정규시즌 동안 추감독은 해당 선수들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주전 선수 위주로 빡빡하게 시즌을 운영해왔고 여기에 대한 팬들의 불만은 매우 컸다.

단순히 세대교체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차원만은 아니다. 당장 성적을 내기위해서라도 로테이션은 꼭 필요했다. 긴 정규리그를 감안했을 때 지나친 주전선수 위주의 운영은 체력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송교창(22·201cm)을 제외한 주전 대부분의 나이가 30대 노장인 KCC로서는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었다.

KCC는 4강 직행 여부를 놓고 외나무다리 혈투를 벌였던 SK와의 최종전에서 경기 내내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막판 체력부재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선수들을 자주 교체해주며 체력안배를 시킨 SK와 달리 4쿼터 내내 특정 선수들만 뛴 KCC가 막판 뒷심에서 밀렸다. 마지막 한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에밋이 일대일 공격을 시도하다 김선형에게 스틸을 당하며 경기를 내줬다. 

이날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초반부터 변칙 로스터를 들고 나온 것을 비롯 잦은 선수교체를 통해 체력안배를 하면서 4쿼터를 운영했다. 반면 KCC는 노장들이 변변한 교체 없이 경기를 소화해 후반에 극심한 체력저하를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기동력에서 밀리는 상태에서 체력 넘치는 전자랜드의 젊은 선수들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추감독은 목청높혀 백코트를 외쳤으나 노장들의 발은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한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추감독의 선택은 또다시 에밋이었다. 에밋은 전자랜드 수비가 어수선한 사이 빈 공간으로 파고들며 오픈슛을 시도했으나 공은 림을 외면했고 KCC의 역전패로 경기는 마무리 지어졌다.

빡빡했던 1쿼터, 침묵 속 공방전

KCC는 전자랜드의 기동력을 의식한 듯 하승진을 빼고 송교창, 송창용을 함께 투입하는 라인업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첫 공격에서 이정현이 트레블링을 범하고 이어진 공격서 전태풍의 페이더웨이 슛이 짧게 빗나가는 등 전자랜드의 압박수비에 고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자랜드 역시 수비는 잘 이뤄졌으나 4번의 3점슛 시도가 연달아 실패하는 등 장기인 외곽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트 밀러(6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4스틸)의 스틸과 이어진 차바위(12득점, 3점슛 3개)의 3점슛으로 첫 포문을 열었다. 전자랜드는 골밑의 높이는 낮지만 전원이 적극적으로 공격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정규리그 양팀간 맞대결에서도 전자랜드가 공격 리바운드 수치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차바위는 3점슛에 이어 속공 상황에서 바스켓카운터까지 성공시키며 초반 전자랜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공수에서 차바위, 밀러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초반 8대 0으로 전자랜드가 앞서가는 가운데 전자랜드가 스틸을 연거푸 4개 성공시켰는데, 그중 3개가 밀러의 손끝에서 나왔다. 유감독의 앞선 압박전략이 돋보였다. 

추감독은 하승진과 에밋을 투입시켰으나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사이드라인을 타고 나와 오픈에서 던진 송창용(10득점, 3점슛 2개)의 3점슛으로 경기시작 5분께 어렵사리 첫 득점을 올렸다. 송창용은 이어진 공격에서도 자유투를 얻어내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득점을 끌어내는 역할을 해줬다.

정효근(7득점, 5리바운드), 강상재(17득점, 8리바운드)의 두 언더사이즈빅맨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둘 다 기동력, 슛을 겸비한지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플레이로 KCC를 힘들게 했다. 이들이 있기에 전자랜드가 단신 외국인선수 밀러의 중용이 가능했다. 

이정현(12득점, 3점슛 4개, 3스틸)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특유의 영리한 플레이가 빛을 발해갔다. 게임조립시 패싱게임을 이끌면서도 하승진의 스크린을 이용해 3점슛을 작렬시켰다. 송창용, 이정현의 외곽이 들어가자 전자랜드의 수비도 자연스럽게 분산됐고 하승진의 골밑 활약이 이어지며 이지스는 결국 17대 16으로 경기를 뒤집어냈다. 이정현은 1쿼터 막판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3점을 꽂아 넣는 빼어난 집중력을 선보였다.

체력 떨어진 KCC, 통한의 역전패 허용 



 

이정현의 활약은 꾸준했다. 박찬희의 패스길을 읽고 스틸을 성공시킨 후 속공패스로 득점 성공을 만들어낸다.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낸 브라운의 공을 뒤에서 블록슛해내기도 했다. 평소보다 수비집중력도 더 돋보였다. 

단신 노장가드 이현민(34·173cm) 딜레마는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됐다. 자신의 마크맨을 계속해서 놓치며 전자랜드의 앞선 가드진이 편하게 플레이하도록 만들었다. 결정적 상황에서 패스미스를 범해 로드의 블록슛으로 만들어진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4쿼터에서도 전자랜드의 맹추격을 허용하는 뼈아픈 패스미스를 저질렀다.

KCC 트윈타워 찰스 로드(33·200.1cm)와 하승진의 호흡도 좋았다. 하승진이 골밑에 가까이 있는 가운데 기동력과 슈팅능력을 겸비한 로드는 미들라인을 오가며 상호간 시너지효과를 보였다. 그간 수차례 증명됐다시피 플레이오프에서의 하승진은 역시 정규리그 때보다 더 강했다. 골밑에서 묵직하게 버티어내며 동료들이 놓친 공을 세컨샷으로 연결시켜주는 것 만으로도 팀에 큰 공헌이 됐다. 아웃되는 공을 살려내기 위해 육중한 몸을 날리는 등 투지가 돋보였다. 

송교창의 미들슛이 빗나가자 뒤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강상재의 파울을 유도하기도했다. 이미 3쿼터 초반에 더블더블을 기록했다는 것 만으로도 이날 하승진의 활약상을 알 수 있다. 로드가 3쿼터 4분여가 지난 시점에서 4파울을 범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하승진까지 부진했다면 이지스는 큰 위기를 맞을뻔 했다. 

브랜든 브라운(27득점, 12리바운드, 6어시스트)이 전체적으로 전자랜드를 이끄는 가운데 '살림꾼' 밀러 역시 꾸준했다. 앞선에서 압박수비의 중심에 서는 것을 비롯 자신보다 훨씬 큰 로드의 포스트업 공격까지 몸으로 버티어내며 내외곽 수비장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공격시에도 하승진이 앞에 있어도 개의치 않고 과감하게 골밑으로 치고 들어갔으며 오픈찬스에서는 적중률 높은 외곽슛을 성공시켰다.

결국 이날 양팀의 희비를 결정지은 것은 마지막 한골 승부였다. 브라운은 어려운 상황에서 KCC수비를 뚫고 결승 득점을 성공시켰으나 에밋은 골밑슛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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