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투백 홈런'에 무너진 해커... KBO 복귀전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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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해커, 3일 SK전서 4.1이닝 7실점 부진... 5회 6실점으로 무너져 



 

지난해까지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가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돌아왔다. NC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이후 꾸준하게 몸을 만들었고, 부상으로 이탈한 로저스를 대체할 외국인 투수가 필요한 넥센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NC가 처음으로 1군에서 시즌을 치렀던 2013년부터 5년간 선발진의 한 축을 맡으면서 통산 56승을 기록했다. 특히 2015년에는 시즌 19승을 기록하며 다승왕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장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던 팀의 사정을 고려하면, 넥센으로선 해커만큼 쏠쏠한 카드를 찾을 수 없었다.

마침내 지난 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SK 타선의 연이은 장타가 해커를 괴롭혔고, 5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강판됐다.

복귀전 치른 해커의 투구 내용, 초반까지는 괜찮았지만...

1회초에는 큰 위기가 없었다. 2번 타자 한동민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1사 1루 로맥의 타석에서 1루 주자 한동민을 견제사로 잡아냈다. 로맥이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4번 타자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첫 이닝을 깔끔하게 끝냈다.

2회초도 비슷했다. 선두 타자 김동엽이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고 이재원이 3구째를 받아쳐 3루 땅볼로 물러났다. 김성현의 안타 이후 나주환의 우익수 플라이로 순식간에 SK의 공격이 마무리됐다. 2회초 해커가 던진 공은 단 9개에 불과했다.

3회초, 이날 경기 해커의 첫 실점이 나왔다. 1사 3루 상황에서 한동민의 우익수 플라이가 나오자 3루 주자 정진기가 홈을 밟았다. 4회초 최정과 김동엽을 삼진, 이재원을 땅볼로 처리하면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지만 5회초에 추가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선두타자 김성현의 볼넷이 화근이었다. 뒤이어 나주환에게도 볼넷을 허용했고, 정진기의 땅볼 이후 1사 1, 2루에서 노수광에게 1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해커를 계속 몰아붙인 SK는 한동민의 역전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뒤집더니 로맥과 최정의 백투백 홈런으로 순식간에 7-2까지 달아났다.

결국 5회초 1사에서 김동준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이 날 해커의 투구 기록은 피안타(2피홈런) 3사사구 3탈삼진 7실점으로, 4회초까지 1실점으로 호투했던 점을 감안하면 5회초가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경기다. 6회말 초이스의 솔로포로 추격 의지를 발휘하려고 했지만, 끝내 팀은 3-9로 패배했다.

'빅 이닝'에 무너진 해커, 길게 던지기 위해서는 제구가 관건

포심, 슬라이더를 간간이 구사한 해커는 주로 투심, 커터, 체인지업 세 가지 구종으로 SK 타자들을 요리했다. 경기 초반까지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5회초 김성현과 나주환 두 타자 모두에게 6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흐름이 꼬였다.

5회초 이전까지의 이닝별 투구수를 살펴보면 1회초 17개, 2회초 9개, 3회초 15개, 4회초 11개로 총 52개의 투구수였다. 어느 정도 투구수 관리를 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50구 이후에 힘이 떨어지다보니 한순간에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5회초에만 무려 30개를 던지면서 앞선 이닝보다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정규시즌을 기준으로 최근에 해커가 7실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6년 9월 23일 KIA전 이후 처음이었다. 이 때도 4.1이닝을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그만큼 해커가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SK 타선의 응집력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해커는 이날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제구가 괜찮았다. 이닝을 소화할수록 피로감이 쌓였고, 전략을 바꿔가며 던지지 못한 점아 아쉽다"고 복귀전 소감을 밝혔다. 결국 남은 시즌 해커의 활약 여부는 제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 실전 피칭을 아쉽게 마친 해커가 다음 등판에서 아쉬움을 털어내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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