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찬물 끼얹을 뻔한 세리머니…‘황당부상’ 경계령

[BO]엠비 0 1508 0


 

보통 끝내기 승부가 나오면, 더그아웃에 대기하고 있던 동료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그날의 영웅에게 생수를 끼얹는다. 

지난 15일 두산 김재환이 9회말 끝내기 투런포로 SK전을 승리로 돌려놓자 동료들이 홈으로 마중나와 그를 환영했다. 그러나 생수가 등장하고, 선수들이 한 데 모여 격한 접촉으로 이어지던 세리머니는 두산 야구에 진짜 찬물을 끼얹을 뻔했다.

김재환에 앞서 홈에 도착한 1루주자 박건우가 선수들이 몰려있는 틈에 뒷통수를 가격당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태로 이어졌다. 바로 의식을 되찾아 큰 사고 없이 수습은 됐으나, 두산 선수단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라운드에 ‘황당 부상’ 경계령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넥센 공수의 핵인 김하성이 집에서 화분을 만지던 중 손바닥에 큰 상처가 나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팀 전력에 치명상을 주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두산 역시 박건우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적잖이 타격을 받을 일이었다.

세리머니 중에서도 이따금 사고가 발생한다. 

2011년에는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SK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세리머니를 벌이는 과정에서 주력투수인 장원삼이 발목 부상을 입었다. 그해는 삼성은 시즌의 마지막 무대인 한국시리즈까지는 끝낸 터였지만 또 하나의 관문인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있었다. 그날 승리를 자축하는 과정에서 당시 주력투수이던 배영수(한화)가 점프한 뒤 착지했는데, 그만 장원삼의 발을 밟고 만 것이다. 장원삼은 치료에 애썼지만, 그 여파로 아시아시리즈 선발 마운드에 다소 불편한 몸으로 올라야했다.

그라운드에서 부상은, 선수들에게는 숙명 같은 것이다. 베이스러닝을 하다 다치는가 하면, 몸에 맞는 볼에 쓰러지기도 한다. 그러나 경기 외적 상황에서 입는 부상은, 다친 선수와 벤치 모두에 허무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도 뜻밖의 장소에서 일어난 부상이 종종 있었다. 2009년 개막에 앞서 두산 외국인선수 맷 랜들이 지하철 역 계단에서 넘어져 전치 6주 부상으로 퇴출되는가 하면, 2017년 신인왕 넥센 이정후는 오프시즌 웨이트트레이닝 도중 덤벨에 약지 골절상을 당해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팀과 선수가 훨씬 더 많은 메이저리그에는 황당 부상 사례가 더욱 많다. 전설의 리드오프 리키 핸더슨이 토론토 시절 아이싱을 하다가 그만 잠이 들어 동상에 걸려서 3경기에 뛰지 못하고,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 간판 홈런타자이던 새미 소사는 재치기를 하다가 인대 부상을 당하는 사연을 들면 야구 역사의 깊이 만큼 다채롭다. KBO리그 여러 부분이 메이저리그를 향하고 있지만, 이는 굳이 좇을 필요가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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