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그런 선수를?"…'충격 그 자체' KIA 1선발, 경계대상 1호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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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어디서 그런 선수를 데려왔어요? 우리 리스트에는 없었던 선수인데, 좋더라고요."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은 내심 배가 아픈 눈치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에이스 윌 크로우(30)의 엄청난 구위를 눈앞에서 지켜봤으니 그럴 만했다. 한화 타선은 단 한 명도 크로우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는데, 타자들을 탓할 수 없을 정도로 크로우가 매우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크로우는 단숨에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크로우는 1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40구 무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3-0 완승을 이끌었다. KBO 공식 투구분석표에 따르면 크로우는 직구 16개, 투심패스트볼 9개, 커터 5개, 커브 2개, 슬라이더 3개, 체인지업 5개 등 다양한 구종으로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팔색조 매력도 대단했지만, 구위 자체가 엄청났다. 초봄이라 아직 날이 쌀쌀한데도 강속구를 힘 있게 뿌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4㎞, 평균 구속은 152㎞를 찍었다. 투심패스트볼 역시 최고 구속 152㎞까지 나왔고, 슬라이더도 시속 141㎞로 매우 빨랐다. 가장 느린 커브가 그나마 시속 134㎞였다. 좋은 구위에 제구력까지 갖추니 한화 타자들은 크로우의 공을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했다. 경기 후 크로우는 투심패스트볼로 기록된 구종이 사실은 싱커라고 정정해 줬다.

최 감독은 12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크로우가 언급되자 "어디서 그런 선수를 데리고 왔나. 우리 리스트에 없었는데 좋더라. 타자들이 공을 지켜본 게 아니다. 지금 그럴 겨를이 없다. 다들 잘 쳐야 하는 선수들인데, 어제(11일)는 크로우의 공이 좋더라. 제대로 치기가 쉽지 않겠더라"고 놀라워했다.

이어 "정식 경기 때 어떻게 던질지, 어제처럼 커맨드도 되고 구속도 나오는지 봐야 되겠으나 어제 한 경기만 놓고 봤을 대는 평균 구속이 일단 150㎞대가 나오니까. 거기다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고 그러니까 타자들이 치기가 쉽지 않겠더라. 진짜 깜짝 놀랐다. 어제 처음 봤으니까. 어디서 나타난 거야 했다. 그만큼 좋았다"고 덧붙였다.

한화 내야수 노시환은 타석에서 크로우의 구위를 직접 경험한 소감을 들려줬다. 노시환은 "나한테는 직구만 던져서 변화구를 하나도 못 보긴 했다. 직구만 놓고 봤을 때는 상위권인 것 같다. 공도 빠르고 투심도 던지고 직구도 던지고 그렇게 했는데, 구위만 놓고 봤을 때는 괜찮은 투수였다"고 인정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상대팀의 호평에 흡족해했다. 이 감독은 "다들 만족스럽게 보지 않았나"라고 반문하며 웃은 뒤 "어제(11일) 40구밖에 안 던져서 불펜에 가서 20개 던져서 60개는 던졌다고 한다. 투수 코치하고 몇 구쯤 되면 스피드가 떨어지는지 지켜보자고 했는데, 공을 40개밖에 안 던져서 다음에 다시 한번 더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지금 구위 자체는 워낙 구속도 잘 나오고, 본인도 캠프 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는 시즌 들어가면 구속 다 올리니까. 그런 좋은 마인드를 갖고 있더라. 구속도 그렇고 구위도 그렇고 충분히 좋은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최원호 감독이 '어디서 데려온 거냐'고 부러워했다고 하자 이 감독은 스카우트팀에 공을 돌렸다. 이 감독은 "우리 스카우트팀이 열심히 잘 돌아다녀 주신 덕분이고, 좋은 투수가 온 것 같다. 마인드가 좋아서 더 공격적이다. 40구로 4이닝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본인이 가진 긍정적인 힘도 있고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도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도 좋지만, 팔 스윙이 빠른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원래 구종 자체가 많더라. 캠프 때도 모든 구종을 다 구사하려고 하고, 던져보려고 하더라. 호주에서부터 우리 공(KBO 공인구)에 대한 감각을 익히려고 하는 모습도 많이 봤다. 4가지 구종 이상은 충분히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팔 스윙 자체가 워낙 빠르니까. 구종보다는 팔 스윙이 빨라서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게 조금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크로우는 화려한 데뷔전을 치르고도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는 "우선 이렇게 강한 공을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도 어깨나 몸 상태가 다 좋은데, 날씨가 영상 30도 조금 넘어가면 조금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딱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부상이다. 크로우는 지난해 미국에서 어깨 통증으로 고생했기 때문. 지금까지는 건강하게 공을 잘 던지고 있지만, 부상 위험을 계속해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감독은 크로우가 다치지 않도록 투구 수를 잘 조절해서 개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KIA는 지난해 영입한 외국인 투수 4명이 모두 부진해 애를 먹었다.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했고, 그 노력의 결실이 크로우다. 크로우는 시범경기에 보여준 강렬한 인상을 끝까지 유지하며 지난해 KBO리그 MVP 에릭 페디(당시 NC 다이노스, 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뒤를 잇는 최정상급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까.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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