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싸늘하게 외면한 울산, 감싸 안은 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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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유도, 비난도 없었다. 김태환(전북 현대)을 향한 울산 HD 팬들의 반응은 ‘싸늘한 외면’이었다.

울산에서 뛰다 ‘라이벌’ 전북에 새 둥지를 튼 김태환이 이적 후 처음으로 울산 팬들과 마주했다. 지난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에서다. 불과 세 달 전만 하더라도 울산 유니폼을 입고 ACL 무대를 누비던 김태환은 이날 전북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을 상대했다.

김태환은 2015년 이적 후 9년 간 울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다. 울산과 계약이 만료된 직후 다음 행선지로 ‘라이벌’ 전북을 택했다는 점에 울산 팬들의 충격과 실망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더구나 김태환은 울산과 계약이 만료된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울산 팬들을 초청해 마지막 작별 인사까지 나눴다. 울산 팬들에 따르면 김태환은 울산 구단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며 눈물까지 흘린 것으로 전해졌는데, 곧바로 전북 이적을 추진했다는 사실에 팬들은 느끼는 감정엔 배신감이 더해졌다.

가뜩이나 치열한 현대가 더비에, 김태환이 이적 후 처음 나서는 경기다 보니 더욱 많은 시선이 집중됐다. 동료들을 상대하는 김태환의 경기력, 그런 김태환을 향한 울산 팬들의 반응에 관심이 쏠렸다. 평일 저녁 경기라 전주 원정길에 오른 울산 팬들은 평소보다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김태환이 공을 잡거나, 울산 선수와 가벼운 신경전을 벌일 때는 거센 야유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김태환이 처한 상황을 아는 전북은 그를 감싸 안았다. 서포터스는 ‘김태환을 위해’라는 걸개와 그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깃발 등을 통해 지지를 보냈다. 김태환을 향한 울산 팬들의 야유엔 거센 환호로 응수했다. 송민규는 전반 4분 선제골을 넣은 뒤, 수비 라인에 있던 김태환에게 직접 달려가 안기며 기쁨을 나눴다.

치열했던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김태환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다만 동점골 실점 장면에서 이명재의 페인팅에 속아 밸런스가 무너져 쓰러졌고, 결국 통한의 실점으로 이어져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경기를 마친 뒤 김태환은 홀로 울산 서포터스석을 찾았다. 굳은 표정으로 팬들 곁으로 다가선 그는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친정팀 팬들에 대한 예우인지, 이적과 관련해 사과의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김태환을 향해 울산 팬들이 택한 건 ‘싸늘한 외면’이었다. 고개 숙인 김태환을 향해 비난이나 야유 등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앞서 9년 간 김태환에게 많은 사랑을 보냈던 울산 팬들의 답이었다.

김태환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 탓인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를 하지 않고 빠르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대신 김태환에게 달려가 골 기쁨을 나눴던 송민규가 “그냥 (김)태환이 형이 생각났다. 태환이 형이 지금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태환의 현재 심정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했다.

울산 팬들의 싸늘한 외면과 마주한 김태환은 이제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오는 12일 열리는 ACL 8강 2차전이 이제는 '적지'가 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울산 팬들의 더 거센 분노가 김태환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김태환 스스로 극복해야 할 일들이다.

전주=김명석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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