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갔다 오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됐네" 또 KBO 대박 예감? 테임즈-켈리 뛰어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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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는 한국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을 "아주 놀라운(amazing)" 시기라고 정의한다. 페디는 한국에서 1년 동안 모두가 자신에게 잘 대해줬고, 그 덕에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으며, 리그 적응은 물론 자신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한다.

워싱턴 지명 이후 팀을 대표하는 선발 유망주로 큰 페디는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팀도 꾸준하게 기회를 줬으나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할 수는 없었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어린 선수들의 자리도 마련해야 했다. 그렇게 2022년 시즌 뒤 워싱턴은 페디를 방출했고, 고민하던 페디는 마이너리그 계약 대신 KBO리그 NC 다이노스를 선택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결과는 다들 기억하다시피 'KBO 평정'이었다. 시즌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사상 첫 외국인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의 대업을 썼다. 시즌 중반부터 페디의 달라진 점을 체크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속속 경기장에 모였고, 끝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성공적인 복귀를 만들어냈다.

페디의 진화는 노력이 기본이다. 지난해 워싱턴에서 방출된 뒤 스포츠 트레이닝센터들이 밀집한 애리조나로 이사했다. 페디는 몸을 다시 만드는 것은 물론, 자신의 구종들을 재평가하고 재분배하며 레퍼토리를 가다듬었다. 그것이 안정적인 선발 등판 기회를 보장한 KBO리그에서 잘 다듬어지며 결국은 메이저리그 복귀라는 값진 성과를 만들어냈다.

사실 메이저리그가 기억하는 페디는 '그저 그런 선발 투수'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워싱턴에서 뛰며 21승33패 평균자책점 5.41에 그쳤다. 마지막 시즌인 2022년에는 27경기에 선발로 나갔으나 6승13패 평균자책점 5.81로 기대에 못 미친 끝에 방출됐다. 그래서 아직은 불안감도 있다. 하지만 에단 카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투수코치는 페디가 그때와는 다를 것이라 장담했다. 2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투수라는 강조다.

카츠 투수코치는 '시카고 선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다녀온 뒤)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면서 "그는 무기고(투구 레퍼토리를 의미)를 바꿨다. 스위퍼를 추가했고, 체인지업의 그립을 바꿨으며, 싱커를 쓰면서 (포심) 패스트볼의 비중도 줄였다. 그리고 많은 땅볼을 얻어낼 수 있었다"면서 2022년의 페디를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체적으로 더 강해졌고, 레퍼토리 측면에서도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선수가 됐다는 의미다. 특히 카츠 투수코치는 스위퍼의 추가가 페디의 레퍼토리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카츠 투수코치는 이런 요소들이 페디의 메이저리그 성공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에게 큰 이점이 될 것"이라고 합류를 반겼다. 페디는 현재 선발 로테이션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2년 1500만 달러의 투자액을 보면 일단 선발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명예 회복의 기회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페디가 만들어나갈 KBO 역수출 신화도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KBO리그를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선수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사례는 투수로는 메릴 켈리(애리조나), 야수로는 에릭 테임즈다. 켈리는 31세인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5년간 48승43패 평균자책점 3.80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테임즈는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7년 대단한 활약을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복귀 후 4년 동안 424경기에서 타율 0.237, 75홈런, 17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25를 기록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테임즈가 4년간 기록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의 합은 2.4다. 아무래도 수비 기여도가 떨어지는 포지션이라 생각보다 WAR이 높지는 않았다. 오히려 WAR은 켈리가 더 높다. 켈리는 5년간 12.4의 WAR을 기록하며 애리조나의 투자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페디가 켈리를 따라가려면 적어도 앞으로 5년은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 만한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페디는 켈리와 달리 이미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고, 적응은 한결 더 나을 공산이 크다. 켈 리가 31세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과 같이, 페디도 31세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나이는 같다. 오히려 진출 직전 시즌의 퍼포먼스만 보면 페디가 더 나은 점도 있다. 페디가 4~5년 뒤 KBO 역수출 신화의 정점에 오를지도 주목된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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