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거수경례→'벼락골로 답한 예비역'윤빛가람 "울산,마지막에 웃기위해..."[인터뷰]

[BO]스포츠 0 1017 0


지난 9일 울산 현대와 상주 상무의 K리그1 개막전이 펼쳐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몸을 푼 후 라커룸으로 향하던 양팀 선수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울산에서 상주 유니폼을 입은 박용우가 캡틴 신진호에게 깍듯한 거수경례를 올려붙이고, 주니오와 주먹악수를 나누며 반색했다. 울산의 벤투호 선배들은 국대 공격수 문선민의 짧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사를 나눴다. 제주서 울산으로 이적한 직후 지난해 상주 상무 유니폼을 입은 수비수 배재우는 지난해 9월 상주 상무 제대후 제주에서 울산행을 택한 '예비역 고참' 윤빛가람에게 친밀한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그러나 훈훈함은 딱 거기까지였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5개월을 기다렸던 시즌 개막, 휘슬과 함께 양보 없는 축구전쟁이 시작됐다. 윤빛가람은 이날 상주 후배들을 상대로 울산 데뷔전을 치렀다. 캡틴 신진호와 더블 볼란치로 중원에서 발을 맞췄다. 팀의 전담키커로 코너킥을 전담했고, 경기 조율과 공격적 전진 패스를 넣는 데 전념했다. 전반 17분, 이청용의 패스를 이어받아 매서운 중거리 슈팅을 한 차례 선보이며 감각을 예열했다.


전반 7분, 47분 주니오의 멀티골, 후반 6분 이상헌의 추가골에 힘입어 3-0으로 여유 있게 앞서가던 후반 29분, 윤빛가람의 깜짝 벼락골이 터졌다. 김인성의 패스 후 눈앞에 공간이 열리자마자 지체없이 때렸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 슈팅이 골대 구석에 메다꽂혔다. 2011년 아시안컵 8강전 이란전 중거리포를 떠올리게 하는, 윤빛가람의 전매특허 골이었다. 울산의 4대0 대승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윤빛가람은 개막전 골 소감을 묻는 질문에 "첫 경기부터 득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겸손한 답을 내놨다. "내 포지션상 공격 포인트가 주목적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가 오면 오늘처럼 골이나 도움으로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리그 11년차 베테랑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올시즌 울산을 선택한 이유는 확고하다. "첫째는 우승을 위해, 둘째는 김도훈 감독님 때문"이다. 윤빛가람은 2012년 성남 일화 시절 이후 8년만에 김 감독과 울산에서 재회했다. 울산 감독 4년차, 지난해 다득점 1골차로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김 감독에게도, 경남, 성남, 제주를 거친 지난 10년간 K리그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한 윤빛가람에게도 우승의 꿈은 절실하다.

윤빛가람은 "감독님은 늘 내게 과감한 공격을 주문하신다. 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전진패스를 많이 하라고 강조하신다"고 했다. 이날 윤빛가람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1라운드 직후 K리그 경기분석업체 비프로일레븐(Bepro11)이 제공한 개막전 패스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윤빛가람은 중원에서 이날 총 457개의 패스 중 61개, 팀내 가장 많은 패스를 뿌리며 경기를 조율했다. 16개가 공격지역 패스였고, 이중 13개를 성공시켰다. 전진패스는 20회, 이중 16개가 성공이었다. 윤빛가람의 패스는 신진호(10개), 데이비슨(8개), 이청용(7개), 주니오(5개), 김인성(5개)에게 집중됐다.

윤빛가람은 '대표팀 선배' 이청용과의 첫 호흡에 대해서도 만족감과 기대감을 표했다. 이청용은 이날 39개의 패스를 기록했고, 이중 절반 가까운 18개가 공격지역 패스였으며 이중 14개가 성공했다. 이청용의 패스는 김태환(7개), 윤빛가람(5개), 신진호(5개)에게 집중됐다. 2선 공격수 이청용과 중앙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좌우, 위아래로 원활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내며 공격 작업이 물 흐르듯 풀려나갔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된 셈이다. 윤빛가람은 "(이)청용이형도 나도, 이적 시장 막판에 합류했기 때문에 팀 적응이 최우선이었다. 코칭스태프들과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청용이형과 앞으로도 같이 뛸 경기들이 더 기대된다"면서 "청용이형뿐만 아니라 우리 팀 동료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좋은 선수들과 팀워크를 맞춰나가는 부분이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시즌 우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윤빛가람은 신중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답했다.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후 더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해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겨우 한 경기를 했을 뿐이다. 아직 26경기가 남았다. 우승을 논하기엔 이르다"면서도 "매경기 잘 준비해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도 확실한 목표를 갖고 시즌을 준비해왔다. 올해는 울산을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과 마지막에 꼭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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