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조교로 군 복무’ 삼성 이종구, “잠재력 터지는 경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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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저 같은 선수가 오래 살아남고 인정을 받으려면 어느 한 경기에서 잠재력이 터져야 한다. 그런 경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이종구(188cm, G)는 또 한 번 더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2020~2021시즌을 준비한다. 어쩌면 이종구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 않을 듯 하다. 이종구는 안양고 재학 시절이었던 2012년 일본에서 열린 NBA 국경없는 농구에 천기범(삼성), 최성모(KT), 최준용(SK), 강상재(전자랜드) 등과 함께 참가한 유망주였다.

이종구는 경희대에 입학한 뒤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골밑에서 플레이를 하기에는 작은 신장이 발목을 잡았다. 2015년 3학년 때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드래프트에서 탈락했다면 농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2라운드 6순위로 서울 삼성에 입단했다.

2016~2017시즌까지 정규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하고 D리그에서만 활약한 이종구는 은퇴 기로라고 할 수 있는 2017~2018시즌을 맞이했다. 2017년 일본 전지훈련에서 만난 이종구는 당시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 선수)라서 간절한 시기"라며 "슛을 죽을 만큼 연습하면서 슛 밸런스를 찾고, 형들에게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단 10초라도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구단과 재계약도 가능하다. 노력해서 좋은 결과가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종구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4경기에 출전했다. 2017~2018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어 재계약에 성공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이종구가 열심히 하는데 신장이 4cm만 더 컸으면 참 좋을 거다”고 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팀 자체 훈련할 때 빅맨 역할까지 소화하는 등 그만큼 성실했기 때문에 재계약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종구는 2018년 7월 23일 육군삼사관학교 농구조교로 입대해 지난 3월 12일 제대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그나마 농구공을 잡을 수 있는 농구조교를 많이 지원한다. 김용우(전 SK), 주지훈(LG), 조상열(KT) 등이 해군이나 육군사관학교 농구조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배병준(KGC인삼공사)은 이종구와 같은 육군삼사관학교 농구조교였다.



개인훈련을 하며 2020~2021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이종구는 19일 전화통화에서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는 재활 운동을 하고 있다”며 “재활이라고 해서 몸이 안 좋은 건 아니고 2년 동안 군 생활을 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운동이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종구는 군 생활을 묻자 “농구조교로 미래의 장교들에게 농구를 가르쳐주면서 저에게 부족한 것도 배우고, 운동도 했다. 제대 후 팀에 합류해서 재기하기 위해 군 생활 동안 운동을 많이 했다”며 “조건은 되게 좋았다. 조금 제한된 부분도 있지만, 제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뛰는 운동 등 다른 종목 조교와 함께 운동을 했다”고 군 생활을 돌아봤다.

삼사관학교에는 농구뿐 아니라 다양한 종목의 조교가 있다. 이종구의 동기는 수영과 헬스 조교였다고 한다. 이종구는 “운이 좋게 동기들이 신체를 활용한 맨몸 운동을 하기 좋은 조교라서 운동을 하는 방법, 식단 관리, 자세 등을 확실하게 배웠다”며 웃었다.

이종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동을 했는지 궁금해하자 “우리에게 할애되는 시간이 있지만, 사관생도들을 교육하니까 일반 병사와 다르게 주말에도 업무를 하기도 해서 매일 꾸준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며 “조교하면서 이건 잘 했다는 게 눈에 보이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1년 정도 지난 뒤 감이 잡혔다. 생도들과 경기도 하면서 즐거웠던 시간도 있었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 답했다.

이호현(삼성)은 이종구와 비슷한 시기에 27사단으로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다. 이호현의 말에 따르면 부대 내 체육관이 있어서 오히려 이종구보다 더 많이 볼 운동을 했다고 한다. 이종구도 “이호현 형이 저보다 더 군대를 잘 간 거 같다(웃음)”며 이를 인정했다.



이종구는 성실하고, 투지 넘치는 수비와 궂은일에 능하다. 이에 반해 외곽슛 능력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이종구도 “궂은일은 자신 있다. 다른 건 아직까지 냉정하게 봤을 때 부족하고 미흡하다”며 “외곽슛은 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이제는 외곽 위주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 팀에서도, 저도 골밑에서 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종구는 군 복무를 하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3점슛 연습을 많이 했을 듯 하다. 이종구는 “동료들도, 후배들도, 선배들도, 아버지도 항상 슛 없는 선수는 성공할 수 없다고, 모든 순간 슛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부대에서도 1년 지나고 난 뒤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던 6~7개월 동안 슈팅 훈련 중심으로 훈련했다”며 “제일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그 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풀어나가야 한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팀에 기여했다면 입대 전에 더 활약을 했을 거다. 그런 생각을 부대에서 많이 했다”고 슛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많이 노력했다.

드래프트 참가와 2017~2018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이종구에겐 절실한 순간이다. 2018년 계약기간 1년으로 FA 계약을 했다. 이종구는 “1년 FA 계약을 하고 군대를 갔다. 뒤가 없다. 잘못 하면 그대로 떨어진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종구를 잘 아는 이상민 감독이 계속 팀을 이끄는 것이다. 이종구는 “감독님께서 저를 뽑아주시고, 근 5년 동안 같이 있었기에 팀이 어떤 흐름으로 가는지 익숙하다”며 “제대 했을 때도 감독님께서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했다. 재계약을 하셨고, 형들도 그대로 있어서 적응하는데 문제가 없다. 제가 어떻게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종구는 “이번 시즌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출전선수 명단에 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시즌이 제일 중요하니까 형들과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과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며 “저 같은 선수가 오래 살아남고 인정을 받으려면 어느 한 경기에서 잠재력이 터져야 한다. 그런 경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 또, 모든 선수들이 생각하는 다치지 않고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바랐다.

두 번이나 위기를 넘겼던 이종구가 1년 뒤에도 웃으며 2021~2022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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