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사구? 보복구? SK-넥센 신경전 ‘벤클의 재구성’

[BO]엠비 0 1365 0
 


[OSEN=김태우 기자]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군단들이 그라운드 한가운데에서 만났다. SK와 넥센이 빈볼을 주제로 한 신경전을 벌였다.

SK와 넥센은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경기 중 9회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9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SK 우완 정영일의 147㎞ 패스트볼이 넥센 4번 타자 박병호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박병호는 이 공을 피하지 못했고, 공은 왼팔을 강타했다. 위험한 순간이었다.

빈볼임을 직감한 박병호가 강력하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선수들 및 코치들의 중재 속에 사태는 더 확산되지 않았지만 뜨거운 논란은 불가피했다. 정황을 중심으로 두 팀의 벤치클리어링을 재구성해봤다.

▲ 빈볼로 느낄 만한 정황이 있었나? YES

타자들은 이 공이 실투인지, 빈볼인지를 직감적으로 안다. 타자들은 “빈볼을 던질 때는 투수들이 공을 놓는 지점에서 미트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타자를 보고 있다. 이 경우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날 때부터 빈볼임을 직감하고 선수들이 비명을 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박병호는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선수다. 내면적으로는 치열한 선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은 그렇게 전투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박병호가 이처럼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면 분명 오해를 살 만한 뭔가가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박병호는 몸에 맞는 공 직후 심판에게 확인을 구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타자와 마찬가지로, 투수를 바라보고 있는 심판 또한 직감적으로 이것이 실투인지 빈볼인지를 잘 구분할 수 있는 위치다. 심판들도 현역 생활을 했기에 십중팔구는 골라낸다고 보면 된다.

정황상으로도 오해를 할 수 있었다. 박병호는 이날 홈런을 쳤다. 그 이전에 2회에는 SK 선발 앙헬 산체스의 몸쪽 빠른 공에 맞은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몸에 맞는 공이 날아왔다면 “내가 타깃이 됐구나”는 느낌을 받을 만하다. 간혹 오해가 섞일 수도 있는 대목인데 박병호는 빈볼임을 확신하고 마운드로 걸어 나갔다.

▲ 그렇다면 빈볼이었을까? MAYBE

“우리가 빈볼을 던졌소”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팀은 없다. 상황은 애매하다. SK는 4-11로 뒤지고 있다 8회 김동엽의 만루포 등을 묶어 9-11까지 쫓아간 상황이었다. 2점차였고, 박병호 다음 타자는 역시 이날 홈런이 있는 샌즈였다. 여기서 사구 하나는 경기를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 빈볼임을 확신한 박병호의 직감과는 달리, 정황상으로는 ‘아니다’고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어쩌면 빈볼이었다”고 추론할 만한 요소도 있다. SK도 이날 두 개의 몸에 맞는 공을 얻어맞았다. 특히 7회 로맥의 몸에 맞는 공이 발단이 됐을 수도 있다. 로맥 또한 브리검의 빠른 공에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SK가 여기서 분기를 느꼈다면 말이 된다. 보복구의 원칙 중 하나는 ‘비슷한 비중’의 선수에게 던지는 것이다. 간판이 맞았는데 신인한테 던지는 일은 없다. 로맥과 엮일 만한 타자로 박병호가 거론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만약 7회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면, 박병호 정도의 경험 있는 타자라면 아찔한 상황을 미리 예상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공은 로맥이 맞은 부위와 비슷하게 들어왔다. 박병호가 빈볼을 확신한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이에 일부 감독들은 보복구 타이밍에 ‘보호해야 할’ 간판타자를 빼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상대는 ‘비겁하다’라고 비난한다. 


 


▲ 정말 빈볼이라면, 단지 이날 경기 문제였을까? NO

어디까지나 빈볼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함을 재차 강조한다. 그렇다면 단지 2회 한동민과 박병호, 7회 로맥, 9회 박병호로 이어지는 이날 경기만의 고리였을까. 그럴 가능성은 떨어진다. SK로서는 쌓인 감정이 표출됐다고 봐야 한다. 몸에 맞는 공에 있어 넥센과의 악연이 꽤 있기 때문이다.

SK 타자들은 5일까지 총 96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이 부문 2위 KIA(78개)와의 차이가 거의 20개나 난다. 96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팀은 삼성(18개), 두산(16개), 넥센(12개), 한화(12개) 정도다. 넥센은 평균 정도로 보이지만, 최근 2년간 기록을 따지면 총 28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최정이 10개를 얻어맞았고, 한현희가 9개로 가장 많다.

최정은 지난해 한현희의 공에 발을 맞아 아킬레스건 타박상으로 빠진 적이 있었고, 올해 5월 23일 넥센전에서는 에스밀 로저스의 패스트볼에 등을 맞은 적도 있다. 평소 온순한 최정조차 크게 화를 냈을 정도였다. SK 선수들은 “고의성이 다분하다”면서 분개하면서도 보복구를 던지지는 않았다. 이런 기억들이 쌓였을 수 있다. 고의성은 없어 보였지만 최정은 4일에도 맞았다.

▲ 신경전은 계속 이어질까? NO

SK는 올해 유독 많은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KBO 리그 역대 최초 3년 연속 팀 100사구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기다리고 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때문에 선수단 내에서는 “고의성이 보이면 더 이상 참지 말자”는 소수 의견도 있다. 이에 “고의가 아니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사구는 없다. 우리도 언제든지 보복구를 던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는 추측도 나온다.

그렇다면 계속 신경전이 이어질까? 이날 경기가 끝나면서 감정은 정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KBO의 벤치클리어링이라는 게 대개 그렇다. 또 언제든지 SK 또한 의도하지 않은 몸에 맞는 공으로 넥센에 피해를 줄 수 있거나 이미 그랬을지도 모른다. 다 돌고 돈다. SK도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는 것은 이로울 게 없다.

피해자라고 생각할 법한 박병호는 경기 후 노코멘트로 경기장을 떠났다. SK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감정이 완전히 해소됐을 리는 없겠지만 확전 없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오히려 SK가 그간 벼르고 있었던 팀은 넥센이 아니었다. 당연히 선수 생명을 위협할 사례 없이 무난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는 10개 구단 모두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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