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제2의 이종범'이 아니었다… 173.8㎞ 찍는 광속 스프린터, 김도영은 역대급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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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영은 리그 특급 수준의 운동 능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KIA타이거즈 

▲ 스피드를 갖춘 김도영은 시속 170km 이상의 타구를 만들 수 있는 힘까지 갖추고 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 최고 유망주인 김도영(20)은 고교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먼저 앞서 길을 간 선배 선수들의 이름이 어린 선수들에게 '제2의' 수식어로 붙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종범'이라는 이름은 쉽게 허락된 게 아니다.

이종범은 KBO 역사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이다. 성공할 수 있는 모든 툴을 다 갖춘 역대급 선수였다. 강한 타구를 멀리 날릴 수 있고, 전광석화와 같은 스피드는 물론 강한 어깨까지 갖췄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도 기억된다. 김도영에게 '이종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그만큼 기대가 크고 그 나이 또래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재능이었기에 가능했다.

약간의 희망 섞인 수식어이기도 했지만 운동 능력 자체는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종범처럼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데다 빨랐다. 베테랑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고등학생 당시의 이종범보다 운동 능력은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시대의 보정은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몸에 두루 갖춘 재능이었다. KIA가 문동주와 고민하다 김도영을 선택한 건, 그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이런 재능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었던 경기가 9월 6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김도영은 당시 두산의 토종 에이스인 곽빈을 상대로 발사각 38.1도짜리 투런포(시즌 4호)를 터뜨렸다. KBO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 홈런의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73.8㎞가 찍혔다. 비거리는 125.4m가 날아갔다. 거포들의 홈런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를, 고졸 2년 차 선수가 만들어내고 있었다.

타구 속도는 힘과 기술의 조합이다. 힘만 좋다고 해서 타구 속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 힘이 없으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170㎞ 이상의 타구 속도를 만들기는 어렵다. 김도영이 둘 다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한 방이었다. 놀라운 건, 이 힘을 가진 선수가 언제든지 2루까지 뛰어 들어갈 수 있는 발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스피드 자체가 리그 최정상급이다. 1루에서 3루까지 들어가는 속도는 적토마를 방불케 한다.

현재 KBO리그 선수 중 이런 힘과 스피드를 모두 갖춘 선수는 보기 드물다. 보통 힘이 좋으면 스피드가 조금 떨어지거나, 스피드가 좋으면 힘이 조금 떨어지거나 그렇다. 두 가지 재능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이종범이라는 특별한 수식어가 허락되는 것이다.
 


▲ 올해 타격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좋아진 김도영 ⓒKIA타이거즈 

▲ 시즌의 상당수를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김도영은 20도루 이상이 가능한 페이스다 ⓒKIA타이거즈 

▲ 힘과 스피드를 모두 갖추고 있는 김도영은 역대급 재능임을 증명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물론 한 번에 만들어진 건 아니었다. 과정이 다 있었다. 지난해는 고전했다. 고졸 신인 야수가 겪는 어려움을 다 똑같이 겪었다. 시범경기까지는 잘 나갔지만 철저한 분석이 이뤄진 정규시즌부터는 고전했다. 번뜩이는 재능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그 빈도가 들쭉날쭉했다. 선수가 가지고 있었던 자신감도 조금씩 주눅들기 시작했다. 103경기에서 타율 0.237, 3홈런, 19타점, 13도루에 머물렀다. 백업 선수였다. 시간이 더 필요한 듯 보였다.

그런데 KIA의 예상보다도 김도영이 더 빨리 치고 올라오고 있다. 비시즌 동안 가장 힘을 잘 쓸 수 있는 타격폼을 찾기 위해 노력한 김도영은 콘택트까지 좋아지면서 성적이 쑥쑥 오르기 시작했다. 개막 시리즈에서 중족골 골절이라는 불운을 겪기는 했으나 재활 기간 중 나성범과 함께 훈련하며 웨이트트레이닝의 맛도 알았다. 부상이 없었다면 없었을 일이라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위안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복귀 후에는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보통 신진급 선수의 경우 한 번 슬럼프가 오면 공격 성적이 뚝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장기 레이스에서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이 서툴기 때문이다. 이건 누가 가르쳐줘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스로 알아야 한다. 지난해 경험이 있는 김도영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 늪을 벗어나고 있다. 타율에 등락은 있지만 11일 현재 54경기에서 타율 0.300을 기록 중이다. 3할 밑으로 떨어지면, 다시 일어서 이 수치를 맞춰놓고 있다.

물론 규정타석이나 풀타임과는 아주 먼 거리가 있지만, 54경기 동안 250타석에서 기록한 성적도 제법이다. 타율 0.300, 4홈런, 31타점, 1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5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254타석에서 기록한 OPS(.674)를 까마득히 뛰어넘는다. 기본적으로 2루타 이상의 장타를 때릴 수 있는데다 타율이 높아진 것이 원동력이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의 집계에 따르면 김도영의 올해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30.3에 이른다. 지난해 88.1에서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내년에 풀타임을 소화했을 때 성적을 다시 볼 필요는 있겠지만, 기대가 안 걸린다면 거짓인 상승세다. 역대급 재능은 확인했으니, 이제 그 그릇에 물을 잘 채워가는 일이 남았다.
 


▲ KIA 김도영 ⓒKIA타이거즈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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